하이트진로가 4월 4일 출시하는 신제품인 올 몰트 맥주 ‘켈리(Kelly)’ 이정아 기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맥주 부문 국내 시장 1위, 반드시 탈환하겠습니다.”
‘1위 자리’ 수성을 향한 하이트진로의 반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신제품 ‘켈리(Kelly)’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변하면 살고 안주하면 죽게 된다.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 각오로 길을 개척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언급한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네, 하이트진로가 4월 4일 새로운 맥주 브랜드를 출시합니다. ‘테라’ 출시 이후 4년 만입니다.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 이름은 켈리, 17년 만에 단종될 것으로 알려진 하이트진로의 ‘맥스’와 같은 올 몰트 맥주입니다. 올 몰트 맥주는 쌀 등 부가물 없이 맥아만 100% 사용해 만든 라거 맥주입니다. 켈리는 10년간 왕좌를 지킨 오비맥주의 ‘카스’를 겨냥한 하이트진로의 야심작이기도 합니다.
하이트진로가 4월 4일 출시하는 신제품인 올 몰트 맥주 ‘켈리(Kelly)’ 이정아 기자 |
하이트진로가 4월 4일 출시하는 신제품인 올 몰트 맥주 ‘켈리(Kelly)’ 이정아 기자 |
하이트진로는 기존 테라와 함께 이번 신상품 켈리로 맥주 부문 투톱 체제를 굳건히 굳힌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과 ‘진로’, 두 상품을 활용한 ‘쌍끌이 전략’으로 소주 부문 국내 시장에서 견고한 1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셈법입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이날 “소비자의 취향과 니즈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1개 브랜드, 1번의 공격(출시)만으로는 시장 전복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창사 100주년을 1년 앞두고 갈고닦은 신제품을 선보인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까지 맥주시장 1위를 지켰지만, 2012년부터 오비맥주의 ‘카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2014년에는 맥주 사업이 끝내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하이트진로가 판 뒤집기 승부수를 띄었습니다. 2019년 3월, 청정 라거를 콘셉트로 한 테라가 출시된 배경입니다. 테라는 출시 최단기간 100만 상자 출고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브랜드 중 가장 빠른 판매속도를 보였죠.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6억병. 1초당 29병이 팔려나간 겁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이정아 기자 |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 이정아 기자 |
그런데 테라만으로는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오 상무는 “사실 테라를 출시할 때 또 다른 맥주 신제품 출시를 구상하고 있었다”며 “그 제품이 지금의 켈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하이트진로는 단 하나의 제품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실제로 신제품 켈리가 출시되기까지 연구·개발(R&D)에 3년이 걸렸습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한 뒤로 바로 신제품 구상에 돌입했습니다.
신제품인 켈리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테라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과 완전하게 동일합니다. 오 상무는 “이제는 한 사람당 1병이 아닌, 0.5병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라며 “동일한 사람이 파티에서는 테라를 먹지만, 집에서 혼술을 하면서는 켈리를 마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라와 켈리, 두 상품의 연합 작전으로 30여 년에 걸친 맥주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당찬 포부였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손석구 씨를 ‘켈리(Kelly)’ 모델로 선정했다. 관련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이정아 기자 |
자, 그렇다면 새로 출시되는 켈리는 어떤 맛을 가진 맥주일까요. 하이트진로 측 설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두 맛이 구현됐다는 설명입니다. 켈리와 함께 ‘라거의 반전’ 슬로건이 붙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국내 맥주시장은 시원하고 상쾌하고 청량한 맥주, 부드럽고 진한 맥주 등 두 가지 맛으로 나뉩니다. 강렬한 탄산감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맛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맥주 거품의 조밀도와 유지력은 일반적으로 알콜도수가 높아져야 가능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하이트진로는 두 가지 속성을 결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맥아와 특수 공법으로 말이죠. 하이트진로는 북대서양 해풍을 맞으며 자란 프리미엄 덴마크산 보리를 채택했고, 일반 맥아보다 24시간 더 발아시키는 ‘슬로우 발아’를 통해 부드러운 맛을 냈습니다. 여기에 여기에 7도에서 1차 숙성한 뒤 영하 1.5도에서 한 번 더 숙성시켜 강렬한 탄산감을 더한 ‘더블 숙성 공법’으로 두 가지 속성의 맛이 공존하는 주질을 구현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4.5%, 출고 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합니다.
하이트진로가 4월 4일 출시하는 신제품 올 몰트 맥주 ‘켈리(Kelly)’ [하이트진로 제공] |
실제로 이날 켈리를 시음했습니다. 입에 부드럽게 닿아 목으로 넘어갈 때, 청량한 탄산감이 입안을 메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목구멍을 타고 풍부하고 진한 향이 남았습니다. 테라가 젊은 세대를 겨냥한 부드러운 맥주였다면, 켈리는 이보다는 진하고 강렬한 라거를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했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켈리 특유의 청량감이 있기 때문에 선호에 따라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으로도 어울리겠지만, 그보다는 맥주 그 자체로 즐기는 편이 좋을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오 상무는 “승리에 가까운 성공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며 “가정시장에서도, 또 유흥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민 전국구를 타깃으로 하는 맥주가 켈리”라고 강조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