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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이 1차 마무리됐습니다.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와 가격평가점수(40점)를 합산한 결과, 신세계디에프·호텔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이 2차 심사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1위 면세기업인 롯데면세점,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2라운드 명단에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이변의 중심에는 CDFG가 있습니다. CDFG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40점에 달하는 가격평가점수에서 40점 만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CDFG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계 1위 사업자로 등극해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입니다(인천공항 입찰은 가격의 경우 가장 높은 입찰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40점 만점을 모두 차지합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CDFG의 현금성 자산은 1조4777억원(78억위안)에 이릅니다. 3조원에 달하는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매출의 무려 절반 수준이죠. 국내 면세업계는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진입에 성공한다면, 이후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이나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크게 우려했습니다.
[무디스·신한투자증권 제공] |
물론 평가 항목에는 사회 환원·상생 협력,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 활동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인천공항 역시 코로나19 기간 적자가 계속된 만큼 높은 입찰금을 써낸 업체에 더 높은 점수를 주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1차 심사 결과, 이 모든 전망은 기우였습니다. CDFG가 예상보다 낮은 입찰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CDFG를 고려해 비교적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신라·신세계와는 상반된 행보였습니다. CDFG는 입찰가를 떠나, 국내 면세기업보다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을 인천공항에 유치해 모객 실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와 함께 CDFG가 중국 외에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국내 면세기업과 달리 CDFG는 국내 소비자 데이터가 전무했기 때문에 사업기획서 내용도 상대적으로 미비, 점수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정한 면세점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 명단.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
반면 신세계와 신라는 높은 입찰 금액으로 5개 구역에 모두 입찰 제안서를 냈습니다. 17일 입찰 기업들이 제시한 가격개찰 이후 사업제안서 점수를 합산한 결과 1·2구역은 신라, 3·4·5구역은 신세계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신세계와 신라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 운영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 두 기업과 달리 CDFG는 1~4구역, 롯데는 1·2·5구역, 현대백화점은 5구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입찰 제안서를 냈습니다.
이에 따라 신라와 신세계가 최대 두 곳에서 사업권 확보가 유력해졌습니다. 팬데믹 이후 공항 면세점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이번 입찰에는 최대 10년 사업 운영권이 걸려 있습니다. 이는 5개 구역에서 모두 탈락한 ‘국내 최대 면세사업자’인 롯데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크아웃 우려가 계속 나오지만 면세점은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신한투자증권 제공] |
특히 5구역의 경우 롯데는 비교적 높은 입찰가를 써내고도, 사업제안평가점수를 더한 종합 순위에서 현대백화점에 밀렸습니다. 당혹스러운 성적표였죠. 이번 결과로 인해, 롯데는 국내 1위 타이틀을 다른 면세기업에게 내어주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선정된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를 관세청에 통보했습니다. 다음달 중 관세청 심사를 거쳐 최종 낙찰자가 가려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구역별 최종 낙찰자는 7월께 운영을 시작하게 됩니다. 앞으로 10년, 과연 국내 면세업은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황금알을 품은 기업은 어디가 될까요. 대반전을 일으킨 이달 17일의 결과에 따라, 면세 사업 지도에도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