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 980여 곳에서 진행된 한우 반값 할인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하나로마트 서울축협 월곡점에서 시민들이 소고기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대형마트가 주도하는 ‘반값 전쟁’이 고물가와 고금리에 지친 소비자 사이에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반값 한우’에 이어 ‘반값 삼겹살’ 판매에 나섰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3월 3일 삼겹살데이(삼삼데이)를 나흘 앞두고 할인 마케팅을 본격 시작한 것이다.
다만 지속된 고물가에 반값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가 연일 대거 몰리면서 구매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저렴한 상품을 사기 위해 1~2시간 정도 줄서기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현실이다.
한우 반값 할인 행사 첫날인 17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앞에 운영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연합] |
2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삼겹살(200g) 외식가격은 1만9031원으로 전년에 비해 12% 상승했다.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웬만하면 집에서 밥을 먹는 편을 선택한 소비자가 많아진 이유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냉장 삼겹살과 목심을 반값에 판매한다. 이들 마트 모두 지난해 판매량에 비해 10% 물량을 늘린 500t을 각각 준비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롯데슈퍼와 개별적으로 운영한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하면서 역대 최대 물량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3월 1~5일 1등급 이상으로 선별한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을 4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100g 기준으로 행사카드 구매시 40% 할인한 1368원, KB국민카드 구매시 50% 저렴한 114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을 반값에 판매한다. 100g 기준으로 행사카드 구매시 50% 할인한 1290원이다. 롯데슈퍼에서는 100g 당 1490원에 판매한다.
23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매장 문이 열리는 오전 8시부터 반값에 판다는 소고기를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가 고기를 고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
다만 한정된 반값 할인 물량에 ‘오픈런(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구매하는 행위)’으로만 겨우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의 구매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에 짓눌린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특히 저렴한 상품 구입을 위해 유례 없는 긴 줄이 늘어서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17일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한 반값 할인 한우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를 찾은 주부 A씨는 “새벽 6시부터 축산물 코너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정도”라며 “그런데도 매장 문 열고 10분 만에 준비된 상품이 완판돼 헛걸음을 한 고객도 봤다”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는 40대 B씨는 “반값 할인 상품을 못 구해서 매대에 있는 대체 상품을 둘러 봤는데, 10~20% 할인하는 한우만 있어서 집에 그냥 온 적도 있다”며 “반값으로 사는 게 아니라면 평소 전단 할인율 정도로는 딱히 구매 메리트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반값 상품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용 상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짝 특수’를 노리는 할인 판촉 행사가 아닌, ‘먹거리 고물가’에 속수무책인 소비자를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물가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값 제품이 미끼 상품인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 소비자의 주된 여론이다.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자 소비자가 상생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경쟁으로 단가를 낮추는 치열한 시장경제 논리에 더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누가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편 가르기를 하거나 특정 업계를 벌주는 식이 아니라, 전향적인 자세로 (물가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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