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박모 씨가 최근 한 주 동안 편의점에서 저녁 한 끼로 사먹은 상품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처음으로 투잡을 뛰기 시작한 박모(27) 씨. 그는 쿠팡 프레시백 세척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매일 저녁 한 끼를 때운다. 뜨끈한 국물에 밥까지 먹을 수 있는 데다, 비용도 5000원대 도시락에 비해 50% 이상 저렴하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식사를 마친 그는 쿠팡 물류센터 안에 300원짜리 음료를 파는 자판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편의점 할인 쿠폰까지 써서 한 끼에 후식까지 1800원에 해결했어요.” 박씨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려면 아낄 수 있을 때 최대한 아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물가 인상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한 끼 대용으로 편의점 컵라면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4000~5000원대 편의점 도시락보다도 값싼 2000~3000원으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높아진 결과다. 이에 편의점업체도 컵라면 구매 시 일부 삼각김밥을 할인 제공하는 묶음 구성을 대거 늘리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월 1주차 편의점 4사의 평균 컵라면 매출 신장률은 전년에 비해 36.5% 증가했다. 외식물가 상승에 무지출 챌린지 등 영향으로 한 끼 식사 대용 카테고리 매출이 급성장한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올해에는 컵라면을 비롯한 간편식 매출 신장률이 도시락 매출 신장률을 넘어섰다. 이 기간 CU의 컵라면과 주먹밥 매출 신장률은 29.6%로 도시락 매출 신장률(12.9%)의 2배 이상이나 됐다. GS25와 세븐일레븐의 컵라면 매출 신장률은 각각 53%, 40%에 달했다.
컵라면과 삼각김밤을 함께 먹을 수 있는 CU 구독 쿠폰. [BGF리테일 제공] |
CU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15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구독쿠폰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행하고 있다. 정수민 BGF리테일 온라인플랫폼팀 주임은 “라면·삼김(삼각김밥) 구성은 편의점 ‘최강 조합’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꾸준히 많다”라며 “30여 종이 넘는 구독쿠폰 가운데 특히 인기가 많은 구독쿠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핫바, 반숙란 등 분식 상품을 컵라면과 조합해 먹는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 물가 구원투수 역할을 한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제품도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새해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도시락, 빵, 라면, 과자 등 편의점 PB 가격을 올리더라도 가성비 측면에서 여전히 강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저항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던 PB 상품마저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최저가 상품 수요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전방위적 물가 오름세는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하반기에야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올 한 해 물가 상승률이 3.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낮지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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