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영업이익률도 한자릿수
자사주매입·소각,현금배당 인색
애플·TSMC보다 ROE 크게 낮아
긴축 중단후 반등장서 소외 우려
시총비중 커 증시 전체 부담될수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됐다. 아주 부진하다. 분기 영업이익 5조원 미만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만이다. 그나마 당시에는 매출 47조원에 4조원의 영업이익이었다. 지난 해 4분기에는 70조원 매출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고작 7%다. 연간 매출이 7.9%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13% 가까이 상승 덕분이다. 달러화로 따지면 매출액도 4.4% 줄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consensus)은 매출액 292조원, 영업이익 28조3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7%다.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한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추락하게 된다. 2022년 실적 기준 삼성전자 주가순이익비율(PER)는 약 10배다. 2023년 순이익 전망치는 22조7000억원 수준이다. PER 값이 15배가 넘어야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개의 엔진’을 가졌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미국과 중국 등 경쟁사에 점유율까지 잃으면서 2019년부터는 반도체에만 의존하게 됐다. 20%가 넘던 영업이익률도 10%대로 떨어졌다. 올들어 반도체마저 수요가 둔화되면서 이제는 비행 자체가 어렵게 된 셈이다. 올해 2분기 적자 전망도 나온다.
시장 상황이 어렵기는 스마트폰과 반도체에서 각각 주요 경쟁자인 애플이나 TSMC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주가를 보면 최소한 경쟁사에 뒤지지는 않던 삼성전자의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가가 부진해도 너무 부진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차이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TSMC의 2019년 이후 평균배당성향은 50%를 넘는다. 애플은 배당성향만 따지면 삼성전자 보다 낮지만 배당금의 4~5배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삼성전자보다 영업이익률이 월등히 높은 TSMC와 애플이 주주 환원에까지 적극적이면서 투자의 중요한 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ROE)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15% 수준이지만 TSMC는 30%대다. 애플은 120%에 달한다.
경영 철학은 각 사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 탓에 경쟁사 대비 주가가 저평가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삼성전자와 애플, TSMC의 편입비중을 정해야 한다.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좋거나 주주친화적인 곳의 비중을 높이는 게 당연하다. 앞서 살핀 것처럼 세 가지 모두에서 삼성전자는 애플과 TSMC 대비 뚜렷한 열세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한 회사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 시가총액만 코스피의 20%를 차지하고 관련 기업까지 합치면 비중은 그 이상이다. 200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는데도 코스피가 오른 해는 단 세차례 뿐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네 차례 가운데 세 차례에서 코스피는 비슷하거나 더 깊은 하락 폭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부진하면 코스피도 어려워진다.
주가는 실적과 유동성의 함수다. 실적이 좋아지고 유동성도 늘어나면 반드시 오른다. 둘 중 하나라도 좋아야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둘 다 나쁘면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올해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아주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내 일정 시점에 긴축을 중단할 가능성은 높다. 주가는 6개월 정도 앞선 미래를 반영한다. 일단 긴축이 끝낸다면 시장은 하반기부터 2024년 금리 인하 기대를 가격에 미리 반영할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하더라 내년을 반영한다면 주가 낙폭이 아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시 경제 환경은 애플이나 TSMC에도 함께 적용된다. 삼성전자의 제품력과 기술력이 경쟁사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ROE가 계속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주가 반등 국면에서도 경쟁사에 밀릴 게 뻔하다. 이는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재용 회장의 이사회 참여를 의결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ROE 개선을 위한 주주환원 대책을 기대해 본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