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다” 탄식하면서도
서울 첫 영하권 추위 오자 ‘12월 총공세’ 돌입
아우터, 이상기온 인한 면화값 최고가 때 생산
이상기온 탓 판매 적기 없는 ‘시즌리스’ 일상화
“빠른 시간안에 제품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중요”
서울 아침 기온이 올 가을 첫 영하권을 기록한 27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패딩 등을 겨울 아우터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없다.”
최근 들어 유통·패션가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면화 가격이 올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강달러로 물류비가 증가했다. 11월 들어서는 한 달 가까이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져 업계 기대에 못 미치는 겨울 아우터 판매고가 기록됐다.
다만 유통·패션업계는 27일 서울에 첫 영하권 추위가 찾아오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8일 비가 그치면 기온이 곤두박질 치면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전이나 정기 겨울세일과 별개로, 겨울 아우터를 공략한 기획전을 추가로 발 빠르게 준비 중”이라며 “12월 판매를 위한 ‘총공세’에 돌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신사·W컨셉을 비롯한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우터 위클리 특가’, ‘애프터 블랙프라이데이’ 등 기획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내내 겨울 아우터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기획전 규모를 키운 것이다. 백화점업계도 12월 초에 정기 겨울 세일과 별개로 겨울 아우터 대전을 추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부지방·전북내륙·경북내륙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앞에서 수시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수험생과 가족이 두툼해 보이는 겨울 아우터를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 |
특히 올해 겨울 아우터 신상품은 면화 가격이 2011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시기에 제작됐다.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으로 면화 재배를 포기한 농민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만 면화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면화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면화 가격이 치솟았지만 올해 겨울은 엔데믹 특수 기대가 겹치는 시기라 생산 물량을 최대한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패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 8~12개월 전부터 겨울 아우터 기획에 돌입하는데, 특히 올해는 ‘완연한 리오프닝’ 시기라서 생산 물량을 줄일 수가 없었다. 생산 물량을 맞추느라 유독 애를 많이 먹었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고, 일부 컬렉션은 이전보다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겨울 아우터 판매고는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가늠짓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전이 끝나자마자 추가 아우터 할인전을 열어달라는 패션 브랜드사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준비에만 최소 2주 이상 걸렸던 기획을 단 이틀 만에 마무리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지구 온난화과 이상기온으로 인한 ‘시즌리스(계절 구분이 없는 현상) 패션’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었는데, 최적의 판매 시기마저도 기후위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상이 어렵다 보니 의류를 제작하는 시기가 2~3개월로 짧아지고 있다”라며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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