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소비 줄고 유가공제품 소비 늘어
치즈 1㎏ 만들기 위해 우유 10배 필요
낙농진흥회 이사회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의결
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국내 우유자급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산 우유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산 우유가 밀려난 자리를 수입산이 차지했다.
전체 원유 소비량이 증가했음에도 수입 원유(原乳)보다 비싼 원윳값과 유제품 소비 행태의 변화로 인해 우유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 원유 생산량은 10년 전인 2012년 211만 1000톤(t)에서 2021년 203만 4000t으로로 8만t 가량 줄었다. 이 기간 원유 수입량은 124만 8000t에서 지난해 241만 4000t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우유자급률은 2012년 62.8%에서 45.7%로 17.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식품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에 나와 있는 목표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농식품부는 농발계획에 따라 2022년 우유 및 유제품 자급률 목표를 54.5%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급률이 45.7%에 그치면서 올해 역시 농식품부가 설정한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우유자급률이 하락하는 유가공제품 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국산 원유가 수입산 원유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과 비교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원유량은 10년 전 335만9000t 보다 32.4% 가량 늘어 444만 8000t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인 1인당 흰우유(음용유) 소비량은 26.55㎏으로 20년 전 36.5㎏보다 27% 줄었다.
흰우유 대신 요거트, 치즈, 버터 등 유가공제품의 소비가 늘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 원유 가격으로는 치즈 등 유가공제품 생산에 국산 원유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유업체에 따르면 현재 원윳값은 리터(ℓ) 당 1100원으로, 리터 당 400~500원인 호주, 뉴질랜드산 원유와 비교해 2.5배 비싸다. 특히 치즈의 경우 1㎏을 생산하려면 원유 10ℓ 즉 10배 가량이 필요한 만큼 국산 원유로 유가공제품을 만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멸균 우유’까지 등장하며 음용유 시장 파이까지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공제품의 수요가 늘고 흰우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입산 원유의 점유율이 커졌다”며 “국내에 유통되는 치즈, 버터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재가공하는 형태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원유 가격으로는 치즈, 버터 등 가공제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부와 유업체는 원윳값 책정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의 가격은 유지하고 가공유 가격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음용유의 가격은 현재처럼 리터당 1100원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을 800원대로 낮춰 유제품에 국산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낙농가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해 왔으나 최근 입장을 선회에 정부 방침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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