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와 폭염 탓 생육 어려워
산지엔 수확 포기 배추 수두룩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새벽 경매에 올라갈 과일 박스를 운반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신소연·이정아·신주희 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유통 현장에서 고품질 과일이나 채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에 비해 추석이 2~3주가량 일찍 찾아온 데다 잦은 비와 폭염 등 이상 기후와 이에 따른 돌림병 탓에 상품성이 있는 과일이나 채소 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2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새벽경매시장에서는 가격을 비싸게 불러도 상품을 낙찰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상인들이 많았다. 지난 22일 가락시장 경매에서는 배추(10kg·특1등) 경매가격이 최고가 2만500원까지 올랐다. 8월 초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고랭지배추는 1년 전만 해도 1만원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 2배 이상 급등했다.
추석을 대비해 일찍 수확하는 홍로 역시 물량이 부족했다. 이날 홍로의 최고 경매가(10kg, 특1등)는 물량을 확보하려는 도매상들의 경쟁 탓에 6만5000원까지 올라갔다. 이는 전년 최고가(6만원)보다 9% 높은 수준이다. 올해 추석기간 청과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올랐다는 게 경매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오후에 찾은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배추밭에 상한 배추가 널려 있다. 신주희 기자 |
이처럼 과일이나 채소 물량이 적고 상품성도 떨어진 것은 올해 잦은 비로 일조량이 줄어든 데다 뒤늦은 폭염과 폭우 등으로 산지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랭지배추산지인 강원도 태백은 아직도 밭의 3분의 1가량이 수확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해버린 배추들이 많았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려온 ‘반쪽 시들음병’ 등 돌림병이 돌아 품질이 더 낮아졌다. 이에 산지 배추 도매가격은 500원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운임비와 배추망과 같은 부재료비용은 증가해 산지와 매장 간 가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일부 농가는 수익보존을 위해 배추 대신 천궁 등 약초를 심거나 당근, 양배추 등 다른 경작물로 전환하고 있다. 결국 배추 생산량은 더 줄어들어 가격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올해 이상 기후와 돌림병 등의 이유로 엽근채소나 과일 등의 작황이 좋지 않다”며 “이른 추석으로 수요가 앞당겨진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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