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11번가·오아시스마켓도 대기중
“기다리는 게 상책”…증시침체로 ‘정중동’
[컬리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컬리가 상장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다른 이커머스업체들의 기업공개(IPO)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침체 속에 제대로된 기업가치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다들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23일 유통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전날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에서 상장 적격으로 확정됐다. 지난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에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컬리는 고질적인 적자에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 등 불안정한 지분 구조 문제가 더해져 그간 심사 과정에 진통을 겪었다. 컬리의 작년 별도 기준 매출액은 1조5580억원, 영업손실은 2139억원이다. 순손실은 1조2766억원 규모다. 컬리는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와 올해 상반기 실적 및 재무 현황을 거래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공모가 산정도 쉽지 않은 과정인만큼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상장 일정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4조원까지 거론되던 컬리의 현재 몸값은 다소 내려온 상태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며 최적의 시기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증권신고서 제출까지는 6개월 여유가 있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국내 이커머스 상장사 1호가 될 컬리의 행보를 지켜보는 다른 IPO 추진 이커머스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새벽배송 경쟁자인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외에 11번가도 상장 대기주자다. 업계는 증시 침체 속에 IPO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이머커스업체들의 성장률이 이전보다 둔화된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당초 올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상장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SSG닷컴은 상장예비심사 등의 단계를 진행하지 않고 내년으로 상장을 미룬 상태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오아시스마켓은 연내 상장 목표에는 아직 변동이 없다. 상장 추진 기업들은 일단 상황을 보며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 개선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모회사인 이마트의 지원도 있고, 지난해 GMV(거래액) 5조1700억원 목표 달성 등 투자자 풋옵션 조항을 이미 충족시킨 상태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오아시스마켓도 흑자를 내고 있으며, 역시 모회사(지어소프트)도 있다. 당장 급하게 기업공개를 추진해야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다만 11번가는 투자자와 맺은 계약 조건 중 내년 9월까지 상장해야하는 것이 있어 시간이 빠듯하다. 그러나 시장 상황상 속도를 내기가 어려워 상장주관사 선정도 아직 미루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성장성을 넘어서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상장을 추진하는 이커머스업체들이 하반기에 수익성 강화 전략에 일제히 방점을 찍은 것도 엄격해진 현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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