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핫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마트 치킨
수량 한정적이라 오픈런 불사해야 구매 가능
반값치킨 판매 이후 델리 코너 매출 큰폭 상승
20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 '당당치킨' 번호표 1회차 배부가 시작된다. 25번까지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1시간 뒤인 11시에 다시 와서 치킨을 찾아간다. 오연주 기자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우리도 뛸까? 뛰자!”
지난 주말인 20일 오전 9시55분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에 도착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대별 예약인원 내에 들어가지 못하면 언제 ‘당당치킨’을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하 1층 델리 코너로 달려가자 이미 20여명이 줄 서 있었다. 1회차 25명 안에 들 수 있을지 긴장하며 인원 수를 체크하던 중 번호표 배부가 시작되고 마침내 받아든 번호표는 21번이었다. “성공했다.”
대형 마트표 반값치킨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오픈런’을 해야 겨우 살 수 있는 ‘희귀템’이 되고 있다. 12년 전 골목상권을 해친다는 오명을 쓰고 사라진 ‘통큰치킨’과 달리 치킨값이 3만원에 육박하면서 마트 치킨은 고물가 시대를 대표하는 핫 트렌드가 됐다.
이날 홈플러스에서 만난 50대 주부 A씨는 “낮에 번호표 받으려면 훨씬 더 오래 기다린다고 해서 오픈시간 30분 전에 왔는데 구매해서 기분이 좋다”며 “싸게 치킨도 샀으니 이제 여유 있게 장 보고 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와서 한 명은 포켓몬빵 줄을 서고, 한 명은 치킨 줄을 서는 20대 실속파 고객도 눈에 띄었다. 이날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총 5회차에 걸쳐 140마리를 판매했는데 한 시간 전 번호표를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20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영등포점 '당당치킨' 번호표 배부시간에 맞춰 고객들이 줄 서 있다. 25번까지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11시에 다시 와서 치킨을 찾아간다. 오연주 기자 |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가격은 6990원이다. 맛은 역시 듣던 대로 가성비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6월 30일부터 판매한 당당치킨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18일 기준 약 42만마리에 달한다. 전문치킨집이 아니기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 더 품귀 현상이 심하다. ‘치킨 사러 갔다가 장만 20만원치 보고 왔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의 오프라인 고객 유치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마트가 물가 마케팅으로 포지셔닝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델리 코너 매출은 당당치킨 판매 이후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20일 오전 방문한 이마트 서울 여의도점 델리 코너에 치킨 품절 안내문이 있다. 오연주 기자 |
20일 기자가 구매에 실패한 이마트 5980원짜리 치킨. [이마트 제공] |
당당치킨보다 더 싼 5980원에 내놓으며 도전장을 낸 이마트 치킨도 맛보기 위해 서둘러 이마트 여의도점으로 향했다. 18일부터 24일까지만 이 가격에 판매해 더욱 경쟁률이 높다. 그러나 델리 코너에는 ‘죄송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완판 안내문만 남아 있었다. 오후에 줄을 서서 샀다는 후기를 보고 갔지만 이날은 10시 오픈과 동시에 번호표롤 모두 배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은 탓에 이마트 치킨 구매는 ‘실패’였다.
때마침 나온 치킨을 찾아가던 40대 주부 B씨는 “어제 미리 전화로 문의하니 오픈시간부터 번호표를 준다고 해서 오픈시간 전부터 왔다”면서 “오늘은 75번까지 번호표를 나눠줬다”고 말했다. 델리 코너 주변에는 언제 오면 치킨을 살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등을 묻는 고객이 많았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왼쪽)과 롯데마트 ‘7분 한마리 치킨’. 다양한 치킨 맛을 즐기기 위해 롯데마트에서는 할인행사가 끝난 ‘한통치킨’ 대신 다른 스타일의 치킨을 구매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
롯데마트에서 지난 11~17일 할인행사를 진행한 ‘한통치킨’. [연합] |
같은 날 방문한 롯데마트 양평점 델리 코너는 치킨 할인행사기간이 끝나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성비 좋은 ‘7분 두마리 치킨’이 인기가 많아 가장 먼저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행사상품이었던 ‘한통치킨’을 구매하려면 조금 더 뒤에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행사기간이 아니더라도 프랜차이즈 치킨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생각에 롯데마트 ‘7분 한마리 치킨’까지 1만800원에 구매했다. 치킨옷이 얇은 스타일로 일반 프라이드치킨보다는 옛날 통닭에 더 가까운 비주얼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말복 시즌에 맞춰 이달 11~17일 원래 1만5800원인 ‘한통치킨’(1.5마리 분량)을 8800원에 판매했다. 행사기간에 델리 코너의 치킨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델리 코너 전체 매출도 30%가량 신장하는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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