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0%까지 할인
명품브랜드 ‘노세일’ 전략 흐트러지고
올 하반기 고물가·면화값 급등까지
'리오프닝' 호실적에도 업계 자중
‘메종 마르지엘라’ 할인제품. [에센스]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해 상반기만 해도 명품 브랜드가 호황을 누렸던 것과 180도 달라진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거리를 휩쓸고 다녔던 70만원 수준(최고가 기준)의 명품 스니커즈가 20만원대에 판매되고, 인기가 많았던 컨템포러리 브랜드 티셔츠 판매가가 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300만~400만원대 이르는 명품 재킷과 드레스는 최대 80%까지 할인 중이다.
‘노 세일(No Sale)’ 전략을 고수하던 명품 중위권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 흐트러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로 예상 밖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등으로 재고가 급격히 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는 신명품 브랜드의 가격 하락폭이 더 컸다.
22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346만원에 달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울슈트재킷은 80% 할인된 69만원으로, 467만원에 이르는 발렌티노 드레스는 70% 할인된 2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르메르도 드레스, 카디건 등을 최대 70% 할인판매 중이고, 자크뮈스도 28만원대의 수영복 시리즈를 반값 할인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이라는 애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종마르지엘라 스니커즈 시리즈 가격은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 초에만 해도 60만원대를 웃도는 가격에도 물량이 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갔던 제품이다.
‘아미’ 할인제품. [파페치] |
아미의 하트 로고가 새겨진 남성·여성 티셔츠와 스웨트셔츠는 30~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자벨 마랑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30만원대 모자는 12만600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명품 브랜드가 평시보다 큰 폭으로 재고상품을 할인판매하면서 국내 명품 플랫폼도 관련 기획전을 열고 할인쿠폰을 경쟁적으로 뿌리며 고객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패션업계는 3분기부터 시작된 명품 브랜드의 세일정책의 파장을 지켜보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여파로 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올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정작 업계 내부에서는 “아직 축배를 터뜨릴 때가 아니다”며 자중하는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글로벌 면화 가격 고공 행진이 올해 하반기 원단 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어 이로 인한 가격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우터를 비롯한 가을·겨울의류는 봄·여름의류보다 객단가가 높기 때문에 통상 업계 ‘성수기’로 통하지만 소비위축과 마진율 하락이 예상돼 마냥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면화 가격은 지난주에만 해도 2011년 3월 이후 주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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