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광주’ 전경 이미지.[신세계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지난 17일 신세계그룹이 광주에 호남권 첫 스타필드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광주 복합쇼핑몰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현대백화점그룹이 ‘더현대 광주’를 짓겠다고 먼저 발표하고, 신세계와 롯데도 참여의사를 밝힌 가운데 신세계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한 것입니다.
아직 개발 계획안 수준으로 광주 복합쇼핑몰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지어질지 아직은 모릅니다. 가칭이지만 스타필드 광주, 더현대 광주, 롯데몰 광주 중 어느 것이 될지도 모르고 몇개가 지어질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간 복합쇼핑몰 상권의 불모지였던 광주에 유통 3사가 너도나도 뛰어들어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광주 복합쇼핑몰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만큼 정부 정책기조에 호응하는 것인 동시에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 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공룡들의 치열한 경쟁이기도 합니다.
광주 복합쇼핑몰이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2월 대선 선거기간 중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힘 후보로 광주를 찾아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이 민주당의 반대로 광주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면서 “수십 년에 걸친 이 지역의 민주당 독점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는가.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광주는 150만 인구가 살고 있고, 전남·북을 합치면 쇼핑 인구가 700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지금껏 복합쇼핑몰도 하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다른 지역 사람들도 놀랐습니다. 복합쇼핑몰은 쇼핑은 물론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집된 곳으로 단순 상업시설과는 조금 결이 다른 공간입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광주 젊은 시민들이 원하는데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막아온 것이라며 정치공세를 펼쳤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반박과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Art & Culture Park) 전경. [신세계그룹 제공] |
물론 광주에도 전통시장 외에 백화점도 있고, 대형마트도 있고 기본적인 상업시설들은 다 있습니다. 현재 광주에 대표적인 상업시설이라고 하면 광주터미널에 위치한 백화점인 광주신세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을 비롯 럭셔리 MD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인근 지역에서도 원정쇼핑을 오는 점포입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도 있는데, 매출 규모로 보면 광주신세계가 두배 가량 됩니다. 롯데는 진출 점포 수로는 가장 많은데 백화점 외에 아웃렛도 2개점을 운영중입니다. 그리고 롯데마트 외에 지역 최초의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마트 맥스도 있습니다.
유통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복합쇼핑몰도 없고, 창고형 할인점도 하나 없었던 광주는 거의 포화상태인 전국 상권에서 신대륙이나 다름없습니다. 해당 상권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것은 광주신세계가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2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1위까지는 서울·수도권 중심의 1조클럽 백화점이 대부분으로 지방 점포로는 신세계 센텀시티점·대구점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만 있습니다. 지금 발표한 계획대로 잘 이뤄지기만 한다면 광주는 근처 광역상권까지 들썩이게 하는 완전 새로운 도시가 되는 셈입니다.
현재 복합쇼핑몰 계획안을 발표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이며, 롯데도 참여의사를 가지고 신중검토중이라고 합니다. 광주시는 복수의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디에 무엇이 들어설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계획을 발표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부동산개발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PFV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과 같은 콘셉트로 만들어지며, 해당 부지에는 더현대 광주 외에도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 국제 규모의 특급호텔 등을 추가 유치할 계획입니다. 인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해 ‘야구인의 거리’, 방직산업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17일 오전 광주 서구 라마다호텔에서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가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부지에 복합쇼핑몰(스타필드 광주)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신세계그룹은 광주시 외곽 어등산 부지에 호남권 최초의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합니다. 위치적 특성을 잘 살려 휴양과 레저를 결합한 체류형 복합쇼핑몰이 목표입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복합쇼핑몰 개발과 함께 기존 백화점인 광주신세계를 센텀시티점에 준하는 규모로 확장하고, 호남권 최초로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입점시키는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해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잇단 청사진 발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신규 상권을 선점하기 위해 유통3사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당장 부지 문제만 해도 해결이 안됐습니다. 신세계그룹이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Art & Culture Park)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백화점 개발부지는 신세계 소유지만, 스타필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어등산 일대부지는 광주시 소유입니다. 개발계획이 장기간 표류됐으며 현재 서진건설과 소송전도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아울러 롯데도 어등산 부지를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검토하고 있어, 향후 롯데와 신세계가 같은 부지를 두고 경쟁하는 그림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상 스타필드 광주가 언제 오픈한다고 못 박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어등산 부지 관련 소송과 부지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될 경우 2024년 하반기 착공, 2027년 오픈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세계그룹은 17일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부지에 복합쇼핑몰(스타필드 광주)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8년 11월 5일 헬기에서 촬영한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부지의 모습. [연합] |
무엇보다 그간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도 들어서지 못하게 했던 지역 소상공인 및 정치권의 반대논리도 극복해야합니다. 여기서 막히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사업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에서는 근처 시장의 반대로 오랜 기간 표류하다가 7년만에 사업을 진행하게 된 롯데몰 상암이 최근 대표적 사례입니다. 다만 이번 복합쇼핑몰 사업을 두고 광주시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고, 시민들의 여론도 많이 달라진만큼 이번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민간사업이지만, 광주시는 국가지원형 복합쇼핑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국민의힘에 9000억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시는 이르면 다음주 복합쇼핑몰의 기능, 성격 등 구상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유통3사 중 실질적인 승자의 윤곽도 나오겠지만, 무엇보다 이번에는 꼭 광주시민이 승자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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