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지속적 투자로 ‘규모의 경제’ 효과
[컬리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새벽배송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이 속속 서비스를 종료한 뒤 강자들 위주 시장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새벽배송 ‘빅 3’로 불리는 쿠팡, 컬리, SSG닷컴은 자체 물류 인프라 경쟁력을 기반으로 더욱 점유율이 확대되는 중이다.
19일 컬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기사 1명당 배달 건수를 보여주는 컬리 넥스트마일의 배송 생산성 지표는 2020년 1월과 비교해 무려 92%가 증가했다. 3월 기준 83% 증가에서 더욱 상승세다.
올해 새벽배송시장에서는 롯데온, BGF그룹의 헬로네이처, GS리테일의 GS프레시몰 등 유통대기업이 줄줄이 발을 뺐다. 새벽배송시장에서 철수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비용 구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냉장·냉동물류센터 운영비와 배송비가 높고, 야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가 비싸다.
그러나 컬리의 배송생산성 지표 상승처럼 현재 새벽배송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며 ‘빅 3’ 체제를 형성한 곳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강자와 철수한 기업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자체적인 ‘라스트마일’ 배송 시스템의 보유 여부”라면서 “라스트마일 시스템 구축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잘 갖춰놓기만 하면 주문량 증가에 따라 배송물량이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점점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쿠팡 제공] |
즉 새벽배송시장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점이다. 만약 자체 라스트마일이 없어 배송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사용하면 물량이 늘어날수록 배송비용도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된다. 실제로 새벽배송 철수 기업들은 매출 증가세보다 적자폭 확대가 더 컸다. 배송기사가 하루에 배송하는 물량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차량운영비와 인건비 투입 대비 배송생산성이 크게 낮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컬리의 경우를 보면 자체 라스트마일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배송 솔루션 자회사인 컬리 넥스트마일의 배송 생산성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컬리는 데이터, 물류센터, 배송차량 등에 지속적 투자를 했고 이는 물량의 확대로 이어졌으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새벽배송 강자들은 콜드체인에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주문량을 계속 끌어올렸고, 생산성을 높이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상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쿠팡의 2분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쿠팡은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1분기에 제품 커머스 부분의 조정 EBITDA 흑자에서 전체로 흑자 기조가 확대됐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수조원 이상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잇단 철수에도 새벽배송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새로 뛰어드는 기업도 많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조5000억원에서 2023년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 제공] |
올해 하반기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배송을 시작할 방침이다. 코스트코코리아도 5월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또한 신세계그룹 소속이 된 지마켓(G마켓·옥션)은 올해 상반기 새벽배송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이달 SSG닷컴과 손잡고 신선식품까지 상품군을 확대했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완화 분위기에 따라 대형 마트의 새벽배송 진출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새벽배송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은 KT알파와 손잡고 ‘오아시스알파’(가칭)를 설립한 데 이어 이랜드리테일과도 손잡고 사업을 확대한다.
다만 이에 대해 기존 새벽배송업계에서는 신규 주자들 역시 자체 라스트마일 시스템이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송을 외주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고, 소극적 투자가 주문량 정체 혹은 감소로 이어지면 결국 팔수록 손해구조가 나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대형 마트도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된 콜드체인 물류와 라스트마일 배송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새벽배송에서는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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