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장대비에도 택시 대신 ‘대중교통’
‘냉장고 털이’, ‘기프티콘 털이’로 0원 챌린지
지난 10일 무소비 챌린지에 참여한 직장인 신아영(25·가명) 씨가 편의점에서 달걀을 사고 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20·30대가 ‘플렉스’ 대신 무지출·무소비 챌린지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가 치솟자 지갑을 닫고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나서면서다.
치킨이 2만원에 달하고 커피·햄버거 가격 등이 잇따라 오르지만 요지부동인 월급에 소비를 줄여서라도 돈을 모아 미래를 준비한다는 심산이다. MZ세대 사이에서는 ‘명품 하울’ 채널 대신 월급 200만원으로 4년 동안 1억을 모아 아파트 분양을 받은 24세 유튜버 ‘자취린이’ 채널이 화제일 정도다.
12일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스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커뮤니티 빅데이터 약 120만건을 분석한 결과, ‘무지출’ ‘무소비’ 언급량은 지난해 하반기 1만1364건에서 올해 상반기 1만4819건으로, 약 30% 증가했다. 반면 ‘플렉스’와 ‘욜로’의 언급량은 9만97건에서 8만93건으로, 11%가량 하락했다.
특히 플렉스와 욜로 관련 연관어인 ▷여행 ▷쇼핑 ▷명품 등의 언급량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평균 2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3일간 무소비 챌린지를 시도한 직장인 신아영(25·가명) 씨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무소비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은 일상 속에서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냉장고 털이’를 하거나 선물 받은 기프티콘, 쿠폰으로 짠테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신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한 달 생활비로 약 70만원을 사용하지만 이번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사흘 동안 총 8800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직장인 신아영(가명) 씨의 무지출 챌린지 현황. [독자 제공] |
신씨는 “본격적으로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봐서 평일 점심도시락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식자재 가격도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며 “달걀 10구에 3000원, 캔 햄 4000원 등 이것저것 담다 보니 2만원이 훌쩍 넘었다”고 덧붙였다.
첫날인 8일 신씨는 첫 번째로 한 일이 회사 근처 빵집에서 식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침과 점심에 먹을 빵(5400원)을 구매한 것. 점심을 먹고 신씨는 평소에는 동료들과 ‘커피 내기’를 했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집에서 가져온 스타벅스 스틱커피로 ‘플렉스’했다.
오후 8시 퇴근길에 서울 지역에 집중폭우가 쏟아졌다. 날씨가 궂으면 평소에 택시를 자주 이용했지만 한 끼 식사 가격과 맞먹는 요금에 선뜻 타기가 망설여졌다. 결국 신씨는 회사에서 7분 정도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9일인 화요일은 지출 내용을 보니 기록적으로 ‘0원’을 기록했다. 이날 아침은 생략하고 점심은 일명 ‘냉장고 파먹기(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로 음식을 해먹는 것)’로 해결하며 점심값을 아꼈다. 집에서 김치와 장조림, 달걀프라이, 반찬을 통에 담아와 끼니를 때웠다. 퇴근 후 저녁 신씨는 배달앱에서 치킨을 주문해 먹는 대신 전에 회사 동료에게서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했다.
챌린지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의 보상(?)으로 편의점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1400원)와 아침 대용으로 먹을 삶은 달걀(2000원)을 사는 데에 3400원을 지출했다. 점심은 결혼을 앞둔 동료가 팀원에게 점심 턱을 낸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신씨는 “나가서 사 먹으면 1만원이 넘어가니 다들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데 달걀이나 도시락은 조금만 늦게 가면 동이 나 있을 정도”라며 “고물가에 월급은 그대로여서 소비라도 아낄 생각에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