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웨어 벗어난, 패션 그 자체로 우뚝
10·20대 아이돌 의상으로 재해석
국내 패션산업 중 골프웨어 15~22% 비중
골프웨어를 무대의상으로 재해석한 ‘뉴진스’. [어도어]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무서운 기세로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 Jeans)’. 그런데 뮤직비디오는 물론 무대 위에 등장한 뉴진스의 의상이 ‘골프웨어’다. 멤버 전원이 10대인 뉴진스는 영국 명품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골프 라인으로 출시한 니트와 스커트를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반스타킹을 신었다.
최근 컴백한 가수 현아도 골프웨어 스커트에 캐주얼 크롭티셔츠나 짧은 재킷을 섞어 입는 ‘믹스앤매치’ 스타일링을 소화했다. 올해 초 파리게이츠의 광고모델로 걸그룹 ‘트와이스’가 기용되고, 이어 고스피어 모델로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발탁됐을 때만 해도 골프웨어는 광고나 화보 속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골프웨어는 무대 위 10·20대 아이돌 패션, 그 자체로 재해석되고 있다. 한국에서 골프웨어는 필드 위에서 스윙할 때만 입는 스포츠웨어가 이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골프웨어를 입고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 속 ‘뉴진스’. [어도어] |
골프웨어를 입고 댄스 무대를 선보인 ‘뉴진스’. [M2 캡처] |
파리게이츠 모델로 활동하는 ‘트와이스’. [크리스에프앤씨 제공] |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골프웨어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국내 골프장의 수가 전 세계 골프장의 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 골프웨어시장은 골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보다도 무려 6배가량 크다.
실제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 국내 골프웨어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인 6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11.4% 신장한 수치다. 내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9조2000억원(현대경제연구원)까지 커질 것으로 집계된다. 2019년도만 해도 4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골프웨어시장이 말 그대로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 골프장 보유 비중(파란색 막대)과 골프웨어시장 규모(노란색 막대). 단위=조원 [NGF 국립 골프재단] |
이 같은 수치를 분석하면 올해 국내 전체 패션산업 가운데 골프웨어 카테고리 비중은 15~22%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을 시작으로, 같은 해 하반기에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이어 올해는 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LF 등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론칭에 집중한 이유다.
이제 골프웨어 컬렉션은 캐릭터, 예술작품, 한복 등 장르도 넘나들고 있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왁은 헬로키티와 협업한 의류를 내놨고, CJ ENM은 요절한 천재인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 작품을 재해석해 골프웨어로 론칭했다. 까스텔바작은 방탄소년단(BTS)이 착장한 한복 슈트를 디자인한 김리을 디자이너와 손잡고 한복 특유의 패턴을 적용한 골프웨어를 선보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 세대가 즐겼던 전형적인 골프복이 아닌 일상에서 입어도 손색없는 나만의 새로운 골프웨어가 하나의 패션 그 자체가 됐다”며 “이에 따라 골프웨어 생산방식도 소품종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가 신명품으로 포지셔닝되면서 원가 대비 8~10배 수준의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며 “높은 마진율로 적잖은 이익창출이 가능한 패션 카테고리”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