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폭우 피해까지 추가 영향 줄까 우려
비, 수도권에 집중돼 과일·채소 산지 피해는 적어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배문숙 기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8일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이른 추석을 앞둔 농산물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 수준에 폭염과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추석 물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이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배추·무·감자·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배추의 8월 도매가격은 10㎏에 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8% 오르고 평년 대비로는 57.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평년에 비해 9.5% 각각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9월에도 여름 고랭지 배추 출하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비싸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 가격 역시 출하량 감소로 8월 무 도매가격은 약 20㎏ 기준 1만9000원으로 작년 8월보다 67.6% 비싼 수준이다. 연구원은 9월 무 가격도 여름 무 출하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더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양파 도매가격도 ㎏(상품)당 1350원으로 작년과 평년보다 각각 52.7%, 48.8%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파 역시 도매가격이 ㎏(상품)당 1900원으로 지난해보다 47.6% 오를 전망이다. 감자의 도매가격도 20㎏(수미)당 3만9000원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34.0%, 26.5% 상승할 전망이다.
앞서 폭염 영향을 받은 채소류의 경우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으로 지난달 오이(73.0%), 시금치(70.6%), 상추(63.1%), 부추(56.2%), 미나리(52.0%), 파(48.5%), 양배추(25.7%)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폭우 피해까지 더해지면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에서 침수된 농작물의 규모는 5㏊(헥타르)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지역에서 강우가 이어지는 만큼 보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이날 오후 5∼6시께야 파악될 전망이다. 폭우 피해가 도심지역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현재 수확기인 배추, 무 등 작물의 경우 폭우 탓에 수확이 지연되면 유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8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소비자들이 물가를 체감하는 유통가에서는 당장 추석선물세트 수급에 문제가 없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른 추석으로 햇과일 공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비하고 있던 차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더욱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으로 사과·배 등 햇과일 공급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대체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육 선물세트 물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기도 했다.
대형마트도 올해 고물가로 인해 알뜰 소비가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가성비’ 선물세트를 다양하게 준비했는데 당장 과일선물세트가 비상이다. 최근 안 오르는 물가가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사과와 배 등은 상승세가 크지 않아 알뜰 선물세트로 주목받은 터라 더욱 가격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8일 소매가격 기준으로 사과(후지/10개)는 3만537원으로 전년 3만1954원보다 소폭 저렴한 수준이다. 배(신고/10개) 역시 4만2065원으로 전년(5만3206원) 대비 26% 가격이 내렸다. 이는 폭우 영향이 반영되기 전 가격으로 향후 폭우의 영향으로 변동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폭우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큰 오름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석 명절 제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과, 배, 포도 등의 산지는 주로 남부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폭우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과일과 채소 등 산지 피해는 아직 크게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병충해 피해 등이 뒤이을 수 있는 만큼 산지 농가와 상시 소통하며 물가 상승 이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우천 상황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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