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 더딘 것도 한 몫
서울 장충동 소재 서울신라호텔 이미지. [호텔신라 제공]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국내 대형 특급호텔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 외로 더디게 나타나는데다 조달금리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금 확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은 투자 자산 효율화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보유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호텔은 지난 8일 롯데칠성음료 주식 20만주(지분율 2.15%)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하면서 지분율을 줄이는 대신 현금 371억2800만원을 확보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1월과 3월에는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등에 해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올해 롯데호텔이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만 총 1378억여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지난 2월에는 202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중 1500억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상환을, 나머지 520억원은 면세용품 구입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롯데호텔 제공] |
호텔신라 역시 발빠르게 현금확보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지난 4월 총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2500억원은 5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채권 만기 한 달전에 미리 상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나머지 1000억원은 면세용품 구매 대금 등 운영자금을 위한 발행이었다.
이처럼 호텔업계가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은 리오프닝 수혜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형 특급호텔의 경우 내국인 호캉스 수요 뿐아니라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이 대상인 마이스(MICE) 사업이 정상화되야 숨통이 트일텐데, 하늘길이 예상처럼 빨리 열리지 않은 탓에 업황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주기적인 시설 리노베이션과 높은 인건비 등 호텔업의 특성상 고정비가 많다 보니 외부 차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최근 한국은행이 물가급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리자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호텔이 최근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3.245%로, 3년 전(2.247%)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호텔신라 역시 같은 기간 2.5%에서 3.5~4.1%로 올라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호텔들의 조달 금리도 같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의 특성상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업황이 예상만큼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어느 때보다 유동성 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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