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보다 백화점·온라인몰이 더 저렴한 경우 늘어
내국인 고객 회복세, 고환율에 주춤할까 우려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에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와 함께 기대감이 커지던 면세점들이 이번에는 13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로 시름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까지 나서면서 달러강세로 인한 고환율은 당분간 면세점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업계는 올해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입국자 증가가 가시화되고 있고, 중국 북경과 상하이에 대한 봉쇄도 완화되면서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도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면세업계는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국제선 조기 정상화 추진 대책’을 발표하는 등 항공업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회복까지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고정임대료 방식이 아닌 매출연동방식인 현 감면 조치를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외 단체 관광객이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방문하고, 국내 해외관광객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면세점에 청신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민해외관광객 수는 지난 4월 전년동기대비 201.9%나 늘었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긍정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고환율이다. 전날 연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290원대로 마감했으며, 자이언트스텝 시행으로 인해 달러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제품 가격은 일반 유통채널과 달리 환율이 바로바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율에 민감하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제품 매입 시점보다 판매 시점의 가격이 오르다보니 환차익을 볼 수도 있는 구조지만, 내국인 고객이 많은 현 상황에서는 면세쇼핑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부정적 요인이 된다.
실제로 고환율로 면세품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제품은 면세점이 백화점이나 온라인몰보다 더 비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백화점 등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 아니면 굳이 번거롭게 면세쇼핑을 나설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올해 면세점 구매한도는 폐지됐지만, 면세한도는 여전히 600달러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 등의 고가 상품은 관세까지 고려하면 국내 백화점에서 각종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이 더 이득인 경우도 많다.
이에 최근 면세점들은 환율 보상 이벤트 등 마케팅을 실시하며, 고환율로 인한 고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고환율로 인해 업황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데, 환율 이슈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국인 수요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면세업계의 어려움 속에 국내 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 57개에서 현재 48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달 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지원한 면세업체 역시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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