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5세 골퍼 잡아라
CJ ENM 바스키아 브랜드 다각화
뉴욕 브루클린 감성 담아
‘하이엔드 브랜드’ 포지셔닝
내년 누적 주문금액 4000억대 목표
장 미셸 바스키아 작품에 등장하는 왕관. [Jean-Michel Basquiat: Catharsis, 1983. (VOX ATL) https://voxatl.org/basquiat]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요절한 천재, 검은 피카소로 추앙받는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작품이 ‘뉴 럭셔리’ 골프웨어로 출시됐다. 바스키아의 상징인 왕관이 브랜드 로고로 재해석됐고, 컬렉션 컬러는 바스키아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핵심 메시지도 바스키아가 쓴 노트의 글귀를 오마쥬한 ‘골프는 거짓말이야, 골퍼는 거짓말쟁이(GOLF IS A LIE, GOLFER=LIAR)’다.
대담하고 도발적인 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열거한 이유는 단 하나다. ‘1980년대’, ‘뉴욕 브루클린’, ‘영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되는 바스키아의 예술세계 전반이 녹아든 골프웨어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캐릭터나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골프웨어 브랜드는 많아도,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의 지적재산권(IP)으로 전개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로는 독보적이라는 의미다.
‘바스키아 브루클린’ 의류 |
장 미셸 바스키아가 쓴 노트의 글귀 [Jean-Michel Basquiat: Untitled Notebook Page, 1987. (VOX ATL) https://voxatl.org/basquiat] |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장 미셸 바스키아 작품. [Jean-Michel Basquiat: New York, 1981. 헤럴드DB] |
이 브랜드는 바로 CJ ENM이 지난 4월 론칭한 ‘바스키아 브루클린’이다. 25~35세를 타깃으로 한 하이엔드 감성의 스트리트 골프웨어 브랜드로,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뒤섞고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바스키아의 철학이 그대로 담겼다. 올해 국내 골프시장이 6조3000억원 규모로 커지고 타깃이 다양해지면서 라이선스 브랜드인 ‘바스키아’를 세분화해 IP 팬덤화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CJ ENM의 설명이다.
CJ ENM은 대표 라이선스 ‘바스키아’를 3개 브랜드로 다각화해 내년까지 주문금액 4000억원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최요한 CJ ENM 커머스부문 패션상품담당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장 미쉘 바스키아 재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16년부터 전개한 ‘바스키아 골프’ 외에, 프리미엄 골프 라인 ‘바스키아 브루클린’과 캐주얼 라인 ‘장 미쉘 바스키아’를 추가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브랜드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기획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CJ ENM이 자사 대표 라이선스 IP ‘바스키아’를 기반으로 내년까지 누적 주문금액 4000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왼쪽부터) 프리미엄 골프웨어 ‘바스키아 브루클린’, 골프 캐주얼 ‘바스키아 골프’, MZ 스트릿 컨템포러리 ‘장 미쉘 바스키아’ [CJ ENM 제공] |
바스키아 브루클린은 CJ ENM이 이례적으로 자사 TV홈쇼핑 채널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유통하는 첫 브랜드다. 4050세대 대중을 소비자로 보는 TV홈쇼핑 채널이 아닌, 오프라인·버티컬 플랫폼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앞서 바스키아 브루클린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향후 롯데 에비뉴엘, 갤러리아 압구정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이어 패션·골프 버티컬 앱(App)인 무신사 골프, 더카트 골프, SSF샵, W컨셉, SSG닷컴 등에 입점을 완료했다. CJ ENM 관계자는 “백화점과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전개하고 추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란색 막대) 세계 골프장 보유 비중 / (노란색 막대) 골프웨어 시장 규모, 단위는 조원 [NGF 국립 골프재단] |
한편 CJ ENM이 타깃과 스타일을 정교화해 새로운 바스키아 브랜드를 론칭한 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홍승완 CJ EN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즐겼던 전형적인 골프복이 아닌, 필드 위 나만의 스타일을 원하고 일상에서 입어도 손색없는 새로운 골프웨어를 선호한다”며 “이에 따라 골프웨어 생산 방식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화해 가격도 비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명품처럼 한눈에 봐도 브랜드를 분별할 수 있을 만큼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가 큰 인기를 누리는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홍 디렉터는 “국내에선 골프가 ‘두잉(Doing)’이 아닌 ‘쇼잉(Showing)’ 문화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골프웨어 시장이 특히 발달한 국가다. 미국 국립골프재단(NG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골프장 보유 비중은 미국이 42%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2%로 세계 8위 수준이었다. 그런데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한국이 5조7000억원으로 미국(1조30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