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인상·재배면적 감소·꿀벌 수정 어려움에 가격 폭등
망고도 1개에 5000원 넘어…수입 과일도 ‘껑충’
[농촌진흥청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 직장인 박 모(29) 씨는 지난 연휴 집들이를 위해 수박을 사가려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 이커머스에서 5㎏에 1만4900원에 샀던 수박 한 통 가격이 올해는 18500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제철 과일은 싸게 먹는 맛도 한몫 하는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아쉽다”며 “수박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가 올라서 채소, 과일 먹기 꺼려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박, 참외 등 국내 여름 제철 과일마저 치솟는 물가에 가격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망고, 파인애플을 비롯한 수입 과일도 물류비가 고공행진 하면서 덩달아 값이 올랐다.
10일 농산물유통정보(atKAMIS)에 따르면 여름 과일 대표 격인 수박 한 통의 소매 가격은 전날 기준 2만2232원으로 지난해 1만7308원보다 28.4% 더 비싸다. 평년 가격은 1만 7140원으로 약 29.7% 오른 수준이다.
참외도 10개당 2만 830원으로 지난해(1만8144원) 수준보다 약 14.8% 비싸다. 평년 가격은 10개당 1만 6811원으로 23.9% 올랐다.
수박 가격이 오른 이유는 수박 재배 면적이 감소한 가운데 생육 초기 이상 기후로 출하량이 감소한 탓이 크다. 지난 1~2월에는 일조량 부족으로 수박 모종 성장이 더뎠으며 지난 3월에는 이상 기후로 함안 일부 지역에서 약 20~30%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꿀벌 실종’으로 인해 꿀벌을 통해 수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육에 차질을 빚은 농가가 많았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동기를 거치면서 꿀벌 78억 마리가 돌연 폐사한 바 있다.
수박 산지 재배면적은 농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 탓에 강원도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다. 과실이 무거운 만큼 작업이 어려워 농가에서 공급 면적을 줄여 나간 것이다. 호남지역은 연작장해 방지를 위해 다른 품목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수박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각종 모임, 행사 등 식자재 및 요식업을 비롯한 가정 내 소비량이 증가한 점도 수박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참외 역시 농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으로 재배면적이 지난해 대비 1% 감소했으며 김천지역과 일부 대구지역에서도 샤인머스캣과 수박 등 인기 품목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의 과일 판매대. [연합] |
수입산 여름 과일도 가격 인상에 예외는 없다. 여름철 인기 과일인 망고도 1개당 가격 5593원으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망고 가격은 4650원으로 5000원을 넘기지 않았지만 이달부터 20%나 뛴 것이다. 평년 가격은 4210원으로 약 32.9% 오른 가격이다.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도 10개당 1만 4954원으로 1년 전(1만 187원)과 비교해 46.8% 뛰었다. 평년 가격은 9649원으로 개당 1000원을 넘기지 않았던 오렌지 가격이 55%나 급등했다.
파인애플도 1개당 6544원으로 1년 전인 5981원과 비교해 가격이 9.4% 올랐다. 평년 가격은 5585원으로 17.2% 비싸다.
수입 과일 가격은 국제 유가 및 물류비 인상에 영향을 받았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들어 지난달 27일보다 32.66포인트 오른 4208.01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다가 다시 반등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수박 수요는 늘었지만 재배 면적이 줄고 인건비도 오르면서 출하량이 약 10% 감소했다”며 “도매가격 역시 20% 정도 오른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외는 제철이 끝나가면서 출하량이 소폭 감소해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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