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한 포기에 4700원 웃돌아
강수량 부족에 우크라 사태로 식재료 값 껑충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밀가루, 식용유, 돼지고기에 이어 채소 가격도 고공행진하면서 주부와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올해 이례적인 강수량 부족으로 채소 가격마저 오르면서 삼겹살에 쌈채소를 사먹기도 어렵게 됐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에 따르면 쌈채소인 깻잎 100g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2388원으로, 1년전(1853원)과 비교해 28.9% 올랐다. 평년(1674원)보다는 42.6% 비싼 수준이다.
양배추 가격도 지난달에 이어 계속 상승 중이다. 양배추 한 포기 가격은 한달 전(4289원)보다 9.9% 오른 4715원이다. 1년 전(3245원)과 비교했을 때 약 45.5% 올랐다.
집밥 반찬인 시금치도 1㎏당 8381원으로, 평년(5045원)대비 62.4% 뛰었다. 시금치 가격은 지난해 6699원에서 지난달 7316원으로 끝을 모르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봄배추 생산량 역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9.2%, 3.7% 감소한 29만 1000톤으로 배추 가격이 6월 초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채소 가격 상승은 5월 강수량 부족으로 엽근채소 작황이 부진한 탓이 크다. 올해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데다가 최근 한 달간 전국 강수량이 평년의 20%에도 못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92㎜로 평년의 49%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양배추는 지난 12월까지만해도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자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밭을 갈아 엎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 그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식과 단체급식 시장에서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번엔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에서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다. [연합] |
돼지고기 가격도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산 삼겹살 100g당 가격은 지난 29일 기준 2936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2619원)보다 12% 올랐다. 지난해(2529)보다는 약 16% 오른 가격이다. 국내산 목살도 2759으로 일주일 사이 75원이 인상됐다. 돼지고기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가축용 사료 가격이 덩달아 급등한 점이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치솟는 식재료 가격에 정부는 이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발표하고 밥상 물가 잡기에 나섰다. 우선 장바구니 부담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1인당 1만원, 최대 20% 할인하고 약 600억원 지원을 확대한다.
아울러 돼지고기, 식용유, 밀가루를 비롯한 14대 품목에 할당관세를 없애는 방안을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22.5~25%에 달하는 돼지고기 관세는 0%까지 내려가게 된다.
또 축산농가 등의 사료구매비용을 저금리로 지원, 시중금리인 2.9% 대비 1.0% 수준의 이자를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근재 한국외식업 중앙회 종로지구회장은 “정부가 채소, 돼지고기, 밀가루 등 수급 정책에 나서면서 일시적인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가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은 만큼 외부 요인이 사라져야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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