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유동인구 13~21%↑
500여m 팝업스토어만 27곳
백화점 3사, 1분기 실적 호조 이어
2분기 실적 이익개선 기대
[헤럴드경제=이정아·신주희 기자] 14일 오후 10시 서울 이태원역 거리 양편에 음식점들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인적이 드문 공간이었지만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간판에 불이 켜지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유명 클럽 입구에는 입장하려는 손님들이 열댓 명씩 몰리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새벽 2시가 넘어섰는데도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도로에 가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2년여 동안 움츠렸던 서울 주요 상권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완전히 풀리면서 한 달 만에 명동, 이태원, 홍대입구, 강남, 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의 유동인구가 13~21%가량 늘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의 지하철 하차 인원을 비교한 결과,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4~5째주 지하철 하차 인원은 이태원역의 경우 직전달 대비 21.6% 뛰었다. 같은 기간 홍대입구역은 20.9%, 명동역은 16.4% 증가했다.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
이태원에서 주점과 바를 운영하는 박우준(31) 씨는 “코로나19 전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두 배는 많아진 것 같다”라며 “매출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150%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심리 개선으로 버드와이저는 이태원의 한 루프탑에서 3년 만에 DJ 클럽 파티를 열었는데, 예상을 훌쩍 넘는 수백여 명이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이어진 패션거리 500여m 대로 따라서는 무려 27곳에 달하는 식품·패션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포켓몬’ 테마로 운영되는 베스킨라빈스 하이브한남점 앞에는 80m가 훌쩍 넘는 긴 줄이 이어졌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비이커 한남점에는 올해 인기 브랜드 중 하나인 가니 팝업 스토어가 문 열렸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발길이 뜸했던 명동 상권 백화점도 리뉴얼을 마치고 대규모 뷰티·패션 페어, 브랜드 팝업 스토어 등을 경쟁적으로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폴로 캔디 컬러샵’,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국내 디자이너의 K-가구를 소개하는 ‘아이앰히어’ 등 고객 체험을 한층 강화한 전시 매장이 소개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600여m 가로수길을 따라 22곳의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정아 기자/dsun@herladocorp.com |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한 달간(4월18일~5월15일)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 [자료: 각사 취합, 전년 대비, %] |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서울 주요 상권이 뜨거워지면서 특히 백화점은 패션·뷰티 등 고마진 상품군 실적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한 달간(4월18일~5월15일)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평균 27.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32.8%), 현대백화점(25.2%), 롯데백화점(25%) 순으로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매출은 40.8%나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의 패션 골프 부문 매출은 57.2% 늘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 화장품 매출 신장률도 평균 32.7%로, 특히 거리두기 해제 이후 립스틱 제품의 판매 호조가 뚜렷했다.
앞서 백화점 3사는 1분기(1~3월) 호실적을 거뒀다. 롯데백화점 1분기 매출은 9.4% 늘어난 7400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1050억원이다. 자회사 합병 취득세 161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지만 기존점 매출이 8.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이 18.7% 늘어난 5853억원, 영업이익은 47.6% 증가한 12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1분기 매출 5433억원, 영업이익 1027억원으로 각각 9.2%, 35.2% 증가했다.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 기대감으로 백화점은 2분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오프라인 소비 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코로나19 기간 매출 부진을 겪었던 패션과 스포츠, 화장품 카테고리의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특히 5월 한 달간 대규모 페어를 진행하고 메이크업 쇼도 열리는 만큼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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