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팀 사업화 과정서도 ‘필수 코스’
MZ세대 마케터들이 크라우드 펀딩 기획
CJ제일제당의 사내벤처팀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인 익사이클 바삭칩 [와디즈 캡처]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식품업계가 소규모 크리에이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MZ(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신제품 마케팅 창구이자 수요 조사 기능을 하면서다.
각 기업들은 사내벤처팀의 아이디어 사업화 과정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을 ‘필수 코스’로 여기는 분위기다.
대상은 지난 3월 청정원 안주야(夜) 브랜드의 육즙팡팡 정육구이 시리즈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3월 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기획한 펀딩 프로젝트로, 시제품 제작이 끝나고 본격적인 생산을 앞뒀지만 신제품 마케팅 차원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이 출시됐다.
삼양식품도 지난 1월 불닭볶음면의 분식 시리즈인 불닭 떡볶이와 피자볼, 핫도그 등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한 달간 진행된 펀딩에서 총 2700여만원이 모였다.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펀딩 참여자들은 후원 금액을 선택할 수 있어 기업들은 ‘해당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수요 조사를 하는 효과를 거둔다.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까지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식품업계 특성상 크라우드 펀딩은 사전에 수요 조사가 가능하게 하며 일종의 데이터 수집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크라우드 펀딩의 주요 이용자 층이 2030세대이므로 기업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MZ세대 소비자들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미닝아웃’을 중요시하는 소비층인 만큼 크라우드 펀딩은 이들을 공략해 온라인을 통해 해당 제품이 기획된 과정, 의미 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 기획 역시 각 사내의 MZ세대 기획자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농심 등 식품 기업에서는 2030세대 젊은 직원들을 주축으로 TF팀으로 꾸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가운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MZ세대로 구성된 사내벤처팀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익사이클 바삭칩’을 와디즈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다. 스낵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던 부산물인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을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포장재는 쓰고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CJ제일제당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을 통해 발굴한 식품부문 사내벤처 1호로, 평균 연령 30대 이하 대리‧사원급 직원 6명이 운영한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모금액 총 3731만원을 달성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사내벤처 프로젝트 3기에 선발된 ‘간디’팀을 통해 홈메이드 스무디 키트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선보였다. 농심도 지난해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사내벤처팀 ‘플레이크’를 앞세워 건조 식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크라우드 펀딩 1억원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 “대부분 식품 기업들이 자금 조달 목적보다는 마케팅 및 소비자 참여 차원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고 있다”며 “사내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크라우드 펀딩 기획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