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믿고 기다려준 경영진
‘롯데 인프라’ 연결하는 안목까지
벨리곰, 동남아로 IP 진출 준비 중
5월 중 서브 캐릭터 세계관 확대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구본조 팀장(왼쪽)과 유현진 대리(오른쪽) [롯데홈쇼핑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꺄르륵~” “끼야악!” “너무 귀여워”. 인형인 척 숨죽이고 있다가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가볍게 놀라키는 장난기 많은 곰. 그래서 이 곰이 출몰하는 곳에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일제히 터진다. 이 곰은 올봄 아파트 4층 높이의 거대한 크기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상륙했는데, 무려 325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앞서 2014년, 2016년 이곳에서 전시된 공공미술프로젝트 ‘러버덕’(73만명), ‘슈퍼문’(106만명)을 뛰어넘는 인기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미 110만명의 팬덤을 보유한 이 곰, 바로 ‘벨리곰’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전시된 초대형 벨리곰. [롯데홈쇼핑 제공] |
벨리곰 전시 기간동안 325만명이 찾았다. [롯데홈쇼핑 제공] |
‘슈퍼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벨리곰을 탄생시킨 주역은 바로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구본조 팀장과 유현진 대리다. 벨리곰의 몰아치는 인기에, 얼마나 정교하게 기획된 캐릭터인지 물었더니 예상 밖의 답이 나왔다. 구 팀장은 “모든 걸 의도해서 캐릭터를 짰더라면 지금의 벨리곰은 없었을 것”이라며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이 아닌, 친구 같은 벨리곰 그 자체로 팬들과 소통했고, 팬들이 주신 피드백을 즉각 수용하며 꾸준히 단계를 확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벨리곰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캐릭터’를 지식재산권(IP)으로 만들어 보자”는 당시 입사 2년 차 유 대리의 아이디어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롯데홈쇼핑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신사업 발굴을 고민하고 있었던 차였다. 영상 디자이너였던 유 대리는 전 세계 누구라도 친숙하게 느끼는 곰을 콘셉트로 캐릭터 초안을 만들었고, 경영진은 이를 믿고 무려 4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렸다.
벨리곰 ‘몰래카메라’ 영상, 짤 등으로 고객과 소통을 높이고 있는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팬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도 SNS에 게재돼 있다. [벨리곰 인스타그램] |
두바이에 간 벨리곰, 첫 해외에서 제작한 콘텐츠다. [벨리곰 유튜브] |
콘텐츠 제작 전권을 가진 유 대리는 벨리곰을 ‘유튜브 스타’로 키우기 위해 한 달에 최소 6건씩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롯데홈쇼핑이라는 기업명은 철저히 가렸다. 유 대리는 “상업적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시청자들이 금방 외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말하지 않는’ 벨리곰의 ‘몰래카메라’ 콘셉트를 유지해 세계관을 돈독하게 다지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300건이 넘는 영상 콘텐츠가 탄탄하게 쌓였을 무렵 비로소 견고한 팬덤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축적된 시간의 힘이다. 유 대리와 구 팀장은 “경영진이 믿고 기다려줬기 때문에 지금의 벨리곰이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거듭 반복해 말했다.
유 대리 한 명으로 시작된 벨리곰 전담은 올초 캐릭터사업팀으로 재편돼 마케팅본부 내 미디어사업 부문으로 배치됐다. 7명 팀원 모두 MZ세대다. 구 팀장은 “팀원들이 벨리곰 기획자이자 소비자”라면서 “고객의 반응을 한 번 해석하는 순간 트렌드는 이미 지나간다. MZ세대인 팀원들의 의견에 맡기고 바로 다음 단계를 실행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325만명이 찾은 벨리곰 오프라인 전시도 단 한 달 만에 준비된 프로젝트다. 2월 말 아이디어 회의 직후 롯데물산 측과 미팅을 갖기까지 불과 1주일밖에 안 걸렸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해 신성빈 마케팅본부장, 이보현 미디어사업부문장이 벨리곰을 롯데그룹사가 가진 인프라로 적극 연결해 ‘판’을 만들어준 덕분이다. 특히 이 대표는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했을 때, 러버덕과 슈퍼문 전시를 주도해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팬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콘셉트로 제작된 벨리곰 피규어 6종. |
벨리곰은 어프어프와 손잡고 스마트폰 케이스 상품을 출시했다. |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재탄생한 벨리곰. “벨리곰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벨리곰의 몸속 안을 들여다보는 NFT가 제작됐다. [닉플레이스 제공] |
그렇게 15m 초대형 벨리곰과 2m 크기의 벨리곰 조형물 6개가 지난 1일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 광장에 등장했다. SNS에서 ‘#벨리곰’ 키워드는 3만2000건을 넘어섰고 벨리곰 굿즈는 첫날부터 1시간 만에 일찌감치 동이 나서 일일 판매 수량을 한정해야만 했다. 전시 기간 굿즈 누적 매출은 4억1000만원으로 목표 매출보다 6배 더 판매됐다. 롯데물산의 요청으로 기존 일정보다 일주일 연장해 지난 24일까지 운영했을 정도다.
5월 벨리곰은 의왕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후속 전시를 이어간다. 더 나아가 올해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진출도 진행 중이다. 유 대리는 “벨리곰의 친구들인 서브 캐릭터를 개발해 곧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벨리곰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더욱 강력한 스토리로 다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 팀장도 “차근차근 벨리곰의 세계관을 무한 확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