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솔루션으로 B2B 판매 전략
시총 4조~6.1조 추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김포 물류센터 [컬리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신선식품 새벽배송기업 컬리(마켓컬리)가 ‘오카도’ 식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오카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식품 사업에 특화된 SW 솔루션을 구축해 B2B(기업 간 거래)로 판매하는 영국의 리테일 테크 기업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첫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등 비식품 카테고리 비중을 높여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의 외형을 넓히고, 이와 동시에 온라인 식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 진출로 흑자 구조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B2B 사업으로 눈을 돌려 과거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적용받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기술력을 갖춰 리테일 테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카도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온라인 전문 식료품 유통업체다. 특히 오카도는 자동화된 물류센터를 구축해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였는데, 이 과정에서 확보한 시스템 경쟁력으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개발했다.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은 물론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부터 효율적인 배차·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SW다. 통상적으로 마진이 낮고 해외로 확장하기 어려운 온라인 식품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제3자에게 OSP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 [헤럴드경제] |
올해 초부터 컬리도 자체 SW 솔루션 플랫폼 개발에 돌입했다. 지역과 카테고리, 아울러 ‘새벽배송’이라는 물류 방식 등 영역을 한정시키면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와 경험으로 컬리만의 SW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컬리가 세자릿수에 달하는 대규모 경력 개발자 채용에 나선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컬리가 오카도의 현재 주가매출비율(PSR·2.9배)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으면 기업가치를 최대 8조7000억원으로 높일 수 있다. 다만 사업의 확장성과 데이터를 통한 수익화 정도를 고려했을 때 오카도를 뛰어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오카도 대비 30%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적용한 추정으로 컬리의 기업가치는 6조1000조원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비교 기업의 몸값이 크게 낮아진 것도 기업가치 산정 시 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때 100조원을 넘어섰던 시가총액이 31조까지 쪼그라든 쿠팡의 PSR(1.7배)을 컬리에게 대입하면 기업가치는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국내 온라인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e커머스 업계 내부에선 더이상은 예년과 같은 B2C 방식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선’ 식품을 ‘새벽’ 배송하는 사업 특성상 포장비, 지급수수료, 인건비 비중 등이 높아 뚜렷한 수익 개선 전략을 찾기 쉽지 않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다. 컬리는 매출액이 2020년 9531억원에서 지난해 1조5614억원으로 1.6배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적자 규모는 1163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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