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국 의존도 낮추고
‘글로벌 생활·뷰티’ 포석
“북미는 중국 사업 위해서라도 중요”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숨 고르기는 끝났다. LG생활건강이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최근 3년간 평균 3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브랜드를 추가 인수하면서, 북미 생활·뷰티 시장 공략에 본격 속도를 낸다.
주식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차석용의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잘나가는 ‘황제주’였다.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180만원에 달했던 주가가 지난 3월에는 8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생활용품, 음료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지만, 의존도가 38%(면세 포함 시)에 달하는 중국 화장품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의 할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면세 매출을 더 하락했다. 최근 9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중국 상하이 봉쇄가 3주째 이어지면서 중국발 불확실성이 커지자 1분기 매출에도 여전히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위기의 순간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꺼내든 반전의 카드는 바로 ‘북미’다. 특히 올해는 중국에 편중된 사업 비중을 줄이고, 미국의 1020세대를 집중 공략해 ‘글로벌 뷰티’ 회사로 완전히 거듭난다는 목표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에서 사업 확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잇따른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재편해왔다.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인 더에이본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북미·아시아 사업권을 1923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모발관리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 56%를 117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M&A도 단행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헤어케어 기업인 파루크시스템스와 함께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의 100여개 헤어살롱에 선보였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이어 지난 20일에는 미국 화장품 기업 더크렘샵의 경영권(65%)을 1485억원에 인수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여섯 번째 연임에 성공한 차 부회장의 첫 M&A도 미국기업인 셈이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LG생활건강이 더크렘샵 잔여지분 35%을 5년 뒤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크렘샵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오히려 고성장 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뒷받침된 기업”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은 올해 4분기 자체 개발한 미니 타투 프린터를 북미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7억1만달러로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에서의 글로벌 인지도 확산은 중국 시장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라며 “중국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화장품도 라메르, 겔랑 등 고급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 화장품에 대한 로열티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