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시장에서 롯데온, 헬로네이처 등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철수하면서 강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의 배송차량 모습.[컬리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새벽배송’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던 시기를 지나 강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올해 새벽배송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고된 만큼 상장 이후의 진검승부도 기다리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롯데온이 2년여 만에 새벽배송을 마무리한 데 이어 오는 5월 말을 끝으로 BGF의 헬로네이처도 새벽배송을 중단한다. 출혈경쟁을 더는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71억원, 누적 적자는 758억원에 달한다.
롯데온은 롯데마트몰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대신 주문 즉시 2시간 내 배송해주는 ‘바로배송’의 권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경쟁력 키우기에 나선다. BGF는 헬로네이처를 BGF네트웍스의 종속 회사로 편입하고, B2B(기업 간 거래)로 사업을 전환한다.
새벽배송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물러나는 이유는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기 인프라를 위한 투자로 적자는 쌓여가지만 쿠팡은 물론 새벽배송 전문 마켓컬리 등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까닭에 후발주자들은 성장성 측면에서도 답보 상태를 보였다. 새벽배송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오아시스마켓 또한 매출 규모 면에서는 마켓컬리의 4분의 1 정도로, 상위업체들과의 간극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은 기존 인프라가 장점이지만 마트만 해도 영업시간 규제로 이를 새벽배송에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별도의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똑같은 상황이고,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시장 역시 전체 e-커머스시장처럼 상위권 업체들의 강세가 더욱 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배송시장의 지속 성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내년에 11조9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등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새벽배송시장에서 롯데온, 헬로네이처 등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철수하면서 강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 로켓프레시 서비스 이미지. [쿠팡 제공] |
국내 e-커머스업계 1위 쿠팡의 존재는 새벽배송에 있어서도 위협적이다.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와우멤버십에 가입해야 이용이 가능한데 와우멤버십 회원이 지난해 말 기준 900만명에 달한다. 또 네이버 장보기관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SG닷컴은 오는 27일 선보이는 지마켓글로벌(G마켓·옥션)과의 통합 멤버십에 이목이 쏠린다. 지마켓글로벌은 지난달부터 3000만명에 달하는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서울 지역에 새벽배송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기업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하는 단계이기에 추가 경쟁이 불가피하다. 마켓컬리가 오는 7월 가장 먼저 첫발을 떼고 나면 SSG닷컴, 오아시스마켓의 상장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상장 이후에는 적극적인 수익성 관리도 과제다.
일례로 컬리는 현재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맡고 있는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의 사명을 ‘넥스트마일’로 바꾸고 본격적적으로 물류사업 확장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3자배송(3PL)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현재 40여개인 3자 배송 고객사 수를 올해 안에 3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송승환 컬리 넥스트마일 대표는 “넥스트마일은 국내 최대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 테크에 기반한 초격차 수준의 효율적 운영 역량을 보유한 회사”라며 “시장 1등 사업자로서 새벽배송의 첨단 인프라가 관련 업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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