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띠부씰·빵·카드 넘어 종이·고무딱지도 열풍
OTT 등 미디어 발달로 아이들도 Y2K 콘텐츠 접해
대면수업으로 딱지·카드 등 놀이문화 재유행
지난달 1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소량 남은 ‘포켓몬빵’을 집어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요새 아이 둔 아빠 사이에서도 포켓몬빵과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씰)’이 점심시간 이야기 소재일 정도예요.”
결혼해서 딸을 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자녀를 둔 동료끼리 포켓몬빵을 구했는지, 아이들이 관심 있는지 등이 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화제의 중심에 있다. A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아빠들이 특히 열성”이라며 “자녀들이 원하는 것도 이뤄주면서 유년 시절 추억도 떠올릴 수 있어서 다들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SPC삼립이 띠부씰과 함께 동봉된 포켓몬빵을 재출시하면서 복고 열풍을 쏘아 올렸다. 출시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포켓몬빵뿐 아니라 포켓몬카드, 종이·고무딱지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줄줄이 거래될 정도로 Y2K(2000년대 초) 당시 유행했던 놀이문화까지 소환했다.
15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는 띠부씰뿐 아니라 ‘포켓몬스터 카드’ ‘쿠키런 고무딱지’ 등이 거래되고 있었다. 한 이용자는 ‘1999년 8월에 제조한 포켓몬스터 슈타 딱지놀이를 5만8000원에 판매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철로 만든 포켓몬스터 딱지는 만들어진 지 20년도 더 됐지만 개당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30~40대인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아이 사이에서도 아빠들의 어린 시절에 유행했던 놀이문화가 부활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직장인 김모(39) 씨는 “주말 방문한 대형 마트에서 포켓몬카드 자판기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카드를 사고 있더라”며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딸 아이가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해 하나를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포켓몬스터는 1997년 처음 방영됐으며 띠부씰과 포켓몬빵 역시 1999년대에 출시됐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아이들이 아직 그 시절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던 영향이 컸다.
A씨도 “미디어매체가 발전하다 보니 아이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포켓몬스터 만화영화를 보고 캐릭터를 알고 있더라”며 “전 세대에서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켓몬스터’는 웨이브를 비롯해 티빙, 왓챠, 넷플릭스 등 대부분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웨이브의 경우 빵제품 출시일을 전후해 4주간 ‘포켓몬스터’ 시청시간이 2.87배 증가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위드코로나로 전면 등교가 시행된 점도 Y2K 놀이문화 확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아이들은 온라인수업 등으로 또래와 접점이 줄어들고 놀이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학교를 나가게 되면서 또래집단에서 포켓몬빵 띠부씰 수집, 딱지치기 등의 놀이문화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미취학 아동보다는 초등학생 자녀들이 ‘친구 사이에서 유행한다’며 포켓몬스터빵을 사달라는 편”이라며 “그동안 틱톡 챌린지 등 온라인에서만 소통하던 아이들이 대면할 수 있게 되면서 실물로 된 카드, 띠부띠씰이 아이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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