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식용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식용유 한 통(18ℓ)이 일주일새 3000~5000원 씩 올라요. 이젠 무서울 지경이예요”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로 코로나 엔데믹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번엔 발목을 잡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글로벌 물류 대란의 영향으로 꿈틀대던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 끝 없이 상승 중이다. 대두 가격도 올라 ‘식용유 쇼크’까지 겹쳤다.

5일 한국농촌경제원이 발표한 국제곡물 가격 전망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카고상품거래소 (CBOT)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t(톤)당 421달러로 지난달보다 42.1%(296달러)나 뛰었다. 국제 밀 가격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쭉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 202달러였던 밀 선물 가격은 2021년 258달러로 올랐다가 올해는 전년대비 80.2%까지 폭등했다.

식용유의 원료인 대두 역시 2020년 t당 350달러에서 거래되다가 ▷2021년 505달러 ▷2022년 2월 584달러 ▷3월 620달러를 기록했다. 대두 가격이 t당 600달러를 넘긴 것은 10년만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지역은 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담당하는 곡창지대다. 국제곡물위원회(IT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으로 대부분의 상품이 흑해를 통해 수출됐다. 그러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곡물 가격과 물류 가격이 뛰었다.

국내 수입되는 밀가루 대부분은 미국, 호주산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밀가루 공급 부족 현상으로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 식용유의 원료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 유채씨 역시 우크라이나가 주요 생산국으로 각각 세계 생산량 1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밀가루, 식용유 뿐 아니라 채소 등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이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집, 치킨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신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한 차례 올린 터라 이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메뉴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부산 연제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윤 모(66)씨는 “3년 전만 해도 3만원이던 업소용 식용유 한통(18ℓ)이 지금은 5만 5000원에 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 또 3000~5000원 오를 수 있다고 하더라”며 “밀가루 한 포대(20㎏)도 2월에 2만 1000원에서 2만 5500원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계속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 오르고 있었다”며 “이미 연초에 1000원씩 메뉴를 올렸으니 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54) 씨 역시 “거래처에서 다음주에 식용유 가격이 또 오른다고 미리 사놓으라고 했지만 그럴 돈이 어딨냐”고 토로했다. 박 씨가 납품 받는 식용유는 한 통(18ℓ) 당 4만 6000원. 일주일에 식용유 10통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미리 사입하는 일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밀가루는 3월 중순 한번 올랐다가 아직 거래처에서 인상 얘기는 없었다”며 “원재료 뿐 아니라 양배추, 인건비 등 모든 게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