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타일 일반인 모델
브랜드 가치↑…새로운 팬덤 만들어
홍대입구역 버스정류장. 무신사는 마을 이장(가장 왼쪽), 디자이너, 공대생, 언어치료사 등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정아 기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버스 정류장. 서로 다른 패션 스타일 연출을 한 여섯 명의 모델이 디지털 옥외 간판 광고로 등장했다. 시선 처리나 포즈가 자연스러워서 전문 모델이나 연예인처럼 보이지만, 모두 아니다. 경기도 금당리의 마을 이장님부터 신진 브랜드 디자이너, 공대생, 디자이너, 언어치료사, 유튜브 크리에이터까지 직업도 각양각색인 이른바 ‘인간 무신사’다.
패션 브랜드 모델이 팬들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연예인이 아닌, 자기만의 ‘스토리’와 ‘스타일’을 가진 일반 소비자로 확대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20~30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직접 전달할 수 있고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소위 ‘A급’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 또는 유명 인플루언서에게만 의존하던 과거 패턴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요즘 패션 브랜드 마케터들은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 모델을 찾느라 시간이 배로 늘었다. 마케터들이 ‘브랜드의 얼굴’을 찾기 위해 1000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한 마케터는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 한 계정만 3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브랜드에 자신의 가치를 투영하기 때문에, 브랜드 모델이 가진 태도나 가치가 무척이나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홍대입구역 버스정류장. [이정아 기자] |
무신사는 ‘인간 무신사’ 6명을 선정해 이들의 화보를 담은 옥외광고를 지난주부터 홍대와 합정, 도산공원 등을 비롯한 서울 시내에서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이번 모델 발굴을 위해 자체 SNS형 커뮤니티 서비스 ‘스냅’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찍은 사진을 게재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2주간 1300여 명이 참여했고 3500건 이상의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앞서 무신사는 5분 이내 영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 취향 등을 전하는 유튜버 ‘원의 독백(임승원)’을 콘텐츠PD로 고용하기도 했다. ‘원의 독백’ 채널 구독자가 막 1만 명을 넘긴 시점으로, 소위 100만 명에 달하는 유튜버를 모델로 기용하는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무신사는 임 씨의 3평 남짓한 집을 팝업 스토어 형태로 홍대 매장에 열었을 정도다. 이날 무신사와 임 씨가 컬래버레이션 해 판매한 셔츠는 완판됐다.
임승원 씨의 평소 생활하는 공간 속 실제 오브제를 가져와 부스로 만든 무신사. [무신사 제공] |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플러스도 음대생을 브랜드 모델로 발굴해 관련 마케팅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적자를 내던 직물사업을 접는 대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세사패 다이버’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패션 모델이 돼 자신의 스타일을 뽐내고 공유할 수 있다. 팔로우, 좋아요, 댓글 등을 분석해 ‘오늘의 추천 다이버’, ‘이번주 가장 주목받은 스타일링’ 콘텐츠가 매일 갱신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위 옷 잘 입는 일반인이나, 같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패션 브랜드의 팬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며 “패션 브랜드가 선정한 일반인 모델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팬미팅을 여는 등 소비자와 소통하는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