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브·루에브르·디스이즈네버댓 등
'핫한' 브랜드 올해도 10여곳 줄입점
취향·경험 앞세운 ‘온니’ 전략에 MZ 열광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임원들이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내려진 특명이다. 백화점 성공 공식으로 알려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 없이도 오픈 1년 만에 매출 8005억원을 달성한 더현대서울의 파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이브, 루에브르, 인사일런스에서 가수 박재범의 1만4900원짜리 원소주 2만병 완판까지…. 하루가 멀다고 핫한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1호 매장’이 바로 이곳에 자리를 튼다. “MZ세대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더현대서울 지하 2층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현대서울의 입점 우선순위는 브랜드의 ‘매출’이 아니다. 더현대서울 관계자는 “오직 더현대서울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열린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첫 브랜드 론칭행사에 인파가 붐비고 있다. [연합] |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첫선을 보인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매장. 신주희 기자 |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는 올해 1분기에만 해도 다른 백화점은 물론 타 지역 현대백화점에서도 볼 수 없는 브랜드 매장 10개가 줄줄이 새로 들어섰다.
무스너클, 파라점퍼스, 맥케이지, 시슬리, 베네통 매장이 빠진 자리에는 힙하고 몽환적인 느낌까지 담은 비주얼로 단숨에 인기 브랜드로 등극한 레이브, 루에브르가 입점됐고 이어 인사일런스, 구호플러스 1호 매장이 문을 열었다.
러브앤쇼, 리스트 매장이 빠진 공간에는 180개 이상 국가로 배송을 지원하는 홍콩 기반 악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가 국내 1호 매장을 열었다. 당장 16일에는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배드블러드가 듀엘이 빠진 자리에 국내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2월 더현대서울이 처음 개장했을 때도 백화점에서 만날 수 없었던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입점이 화제였다. 실제로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디스이즈네버댓, 쿠어, 용정콜렉션, 브그즈트(BGZT) 랩 1호점이 모두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 공간에 입점시킬 브랜드를 찾으면서 “임원들이 모르는 브랜드로 찾아라”라는 특명이 내려졌던 까닭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스트리트캐주얼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이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99㎡ 규모로 오픈한 단독 매장. [디스이즈네버댓 제공] |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스니커즈 리셀매장 브그즈트(BGZT) 랩을 선보였다.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번개장터 제공] |
이 같은 브랜드 입점 전략이 성공하자 더현대서울은 입점 기준과 우선순위도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했다.
더현대서울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 입점 기준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브랜드 매장이 발생시킬 매출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더현대서울은 매출보다 타깃 고객에게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부터 우선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MZ세대가 더현대서울에서 확고한 취향을 가진 공간을 경험하는 게 최우선 가치라는 의미다.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팝업매장을 의도적으로 구성해 고객에게 더현대서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5일 그야말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5일 만에 2만병을 완판한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WON SOJU)’ 팝업매장도 더현대서울이 먼저 박재범 측에게 제안한 기획이었다. 실제로 이 기간 원소주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을 찾아야만 했다.
더현대서울은 30대 이하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 1년간 더현대 서울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30대가 50.3%를 차지했다. 전체 매출의 54.3%가 10㎞ 이상 떨어진 광역상권에서 나왔고, 이 중 75%가 30대 이하 고객이었다. 같은 기간 층별 선호도를 보면 지하 2층은, 지하 1층 식품관(F&B)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