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러시아산 대게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직장인 A씨는 평소 배달로 자주 시켜먹던 단골 초밥집의 연어 메뉴가 모두 다 품절되어 다른 초밥집을 검색했다. 하지만 근처 다른 가게에서도 품절인 곳이 많아 주문 자체가 어려웠다. A씨는 “러시아 사태로 연어 수급이 어렵다는 가게 안내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안오르는 물가가 없는데 수산물 가격까지 올해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수산물 가격 상승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번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수산물 가격까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높은 대게, 명태는 물론 항공길이 막히면서 노르웨이산 연어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8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러시아산 대게(활어) 1㎏ 평균가격은 이달 4일 5만6900원까지 올랐다. 이는 전주 대비 59.3%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수산물 가격 상승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 러시아의 항공로 폐쇄 등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가 전달대비 3.9% 오른 140.7포인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제 곡물 가격에 이어 수산물 가격까지 우려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명태 가운데 63.9%에 해당하는 20만2000t이 러시아에서 수입됐다. 수입산 중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구(89.3%), 명란(84%), 대게(100%) 등으로 대중적으로 소비가 많은 품목이 많다. 특히 명태는 통상 연초에 수입량과 함께 원양어선의 생산량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다만 명태는 최근 소폭 상승하기는 했으나, 상승폭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7일 기준 냉동명태 1마리 가격은 2613원으로 한달전 가격 2600원에서 큰 차이가 없다. 1년전 가격(2635원)과도 비슷하다. 대형마트의 경우 냉동상품인 오징어와 동태는 이미 이번 해에 운영할 기매입된 충분한 재고가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물량 수급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킹크랩, 연어 등의 품목이 대표적이다. 킹크랩은 러시아산 비중이 90% 이상으로 알려져있다. 한 대형마트 수산물 MD는 “3월 중반 물량까지는 대부분 입항 및 대금 지불이 완료된 상황으로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산지 다변화 등이 필요해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킹크랩 대체 산지의 경우 노르웨이가 대표적이고, 노르웨이산 물류 이슈에 대비해 미국, 캐나다 산까지 확보 노력 중이다. 다만 물량이 확보되더라도, 선박보다 항공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 수입산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게와 킹크랩은 물론 러시아 경유 항공편으로 국내에 반입되는 노르웨이산 연어의 가격도 상승 중이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연어. [연합] |
러시아산도 아닌데 불똥이 튄 것은 항공길이 막힌 연어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경우 러시아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러시아가 항공로를 폐쇄하면서 이 통로가 막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음주 노르웨이산 연어의 도매 가격이 이번주에 비해 60% 오른 1㎏당 2만6000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도 연어 가격 급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사시미, 초밥, 사케동(연어덮밥) 등의 외식 메뉴로 인기가 많은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다보니 당분간 팔지 않기로 정한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라, 비축해놓고 싶어도 물량 자체가 부족해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어 가격이 참치 가격이 되고 있다’며 연어 가격과 수급 상황을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어의 경우 유럽 내수시장 회복에 따른 연어 소비 증가와 러시아 영공 폐쇄로 인해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이 평균 20% 가량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태 장기화 시 물류 비용 증가로 인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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