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에도 외국인 이탈 적어
국내 기관이 간판주·지수 매도
유통주식 적은 대형주 상장 영향
인플레 공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면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국내 기관이 주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미 증시의 동조화(coupling)가 약화된 상황에서 우리 시장 내부의 문제가 불거진 탓으로 보인다.
금리변동은 자산가격의 재조정(repricing)을 유발한다. 미국 증시의 반응 폭이 큰 이유는 높은 미래가치를 부여 받은 플랫폼 기반 ‘빅테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미래가치보다는 수익가치에 기반한 제조관련 종목 비중이 크다. 가격 재조정 여지가 미국 증시보다는 작은 셈이다. 그동안 미국 보다 덜 올랐으니 덜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못하다.
나스닥은 지난 해 11월말 이후 인플레 우려 속에 내리막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KB금융 등 간판기업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지난해 주요 테마였던 플랫폼이나 2차 전지 대형주들은 매도했다.
국내 기관은 삼성전자와 LG화학 같은 간판주를 매도했고, SK하이닉스나 KB금융 같은 반도체・금융주도 사들이지 않았다. 기관이 집중 매수한 종목은 오로지 LG에너지솔루션 뿐이다. 격차가 큰 순매수 2위 종목도 LG엔솔과 동일 업종인 SK온의 대주주사 SK이노베이션이다. 기관은 ‘코덱스200 선물인버스2배’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까지 했다. LG엔솔에 집중하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을 한 셈이다.
기관의 LG엔솔 집중은 지수편입에 대비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LG엔솔과 같이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대형주의 수급상 괴리다. LG엔솔 시총은 약 110조원을 넘어 SK하이닉스(94조원) 보다 많다. 하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최대주주 지분, 즉 유통물량 기준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0%에 불과한 SK하이닉스의 72조원에 한참 못 미친다.
코스피200을 투자성과의 기준으로 삼는 기관투자자나 인덱스펀드들은 이 지수에서 각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주식을 보유해야 추적오류(tracking error)를 줄일 수 있어서다. LG엔솔의 전체 시총은 코스피200의 6.3%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통물량 기준 시총이 이보다 훨씬 적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외국인들도 LG엔솔의 MSCI코리아 지수 편입에 대비해야 한다. 코스피200 처럼 단번에 시장비중 만큼 확보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나눠 남아도 된다. 코스피200 편입이 이뤄져 공매도가 가능해진 후에 천천히 사들일 수 있다. LG엔솔 주가가 과열될수록 외국인의 공매도 기대수익은 더 커진다.
지난해 8월 9일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11월 3월 거래를 시작한 카카오페이 모두 지수 편입일 이후 공매도가 집중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두 종목의 최대주주 비중은 각각 56%, 86%로 시총 상위 20위 평균 39%를 크게 웃돈다. 두 종목 모두 현주가는 공모가는 웃돌지만 시초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물적분할은 분할존속회사가 분할신설회사 주식을 100% 갖게 된다. 상장 후 유통물량이 작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주식분산 요건은 일반주주 소유비중 25% 이상 또는 500만주 이상이다. 25% 미만이라도 500만주만 넘기면 된다. 액면가를 조절하면 주식수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물적분할이 계속되면 시총과 유통물량간 괴리 현상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SK온도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봐서 시간문제로 보인다. 발행주식의 약 10%가 유동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상장된다면 LG엔솔과 비슷한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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