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견고한 탑티어 브랜드로
‘아는 사람만 아는’ 희소성 특징
강남역 매장 등 인파 몰려 긴 줄
저렴·대중 아닌, 취향·팬덤 저격
자라와 아더에러, 손잡고 ‘AZ 컬렉션’ 첫 선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했던 강남역 거리가 들썩였다. 6일 자라 강남점에 때아닌 인파가 몰린 것. 개점 4시간여 전부터 20명 남짓한 고객들이 진을 치고 기다렸다. 오전 11시 즈음에는 매장 앞에 70여 명의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을 정도다.
다른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라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앞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라 매장으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와 손을 잡고 선보이는 자라의 ‘AZ 컬렉션’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6일 자라 강남점에 몰린 인파 |
6일 자라 강남역 매장에 진열돼 있는 AZ컬렉션 |
2014년 홍대에서 시작된 아더에러는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서 탑티어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로 팬덤이 견고하다. 특히 감각적인 스트리트 패션 무드와 블루·브라운 등 세련된 컬러 조합으로 20~30대 충성고객을 확보한, 흔히 ‘아는 사람만 안다’는 브랜드다. 30~40만 원 대의 캐주얼 의류를 선보이면서 매 시즌 일정 수량 이상은 생산하지 않는 희소성을 내세우는 ‘컬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아더에러의 컨셉을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질문이 생긴다. 빠른 생산·유통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SPA 브랜드 자라와 아더에러는 왜 서로 손잡았을까.
‘어설픈 10명의 고객보다 확실한 1명이 고객이 낫다’는 명제가 백화점·대형마트 만이 아닌 SPA 브랜드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SPA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무난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는 더 이상 MZ세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워졌다.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는 SPA 브랜드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 비용을 줄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그러나 이날 자라와 아더에러가 선보인 컬렉션은 평균 20만 원대로 기존 자라 의류 제품과 비교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6일 자라 강남역 매장에 진열돼 있는 AZ컬렉션 |
자라와 아더에러가 선보인 AZ컬렉션 |
또 이번 컬렉션은 “자라의 색깔이 완전히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아더에러 디자인이 전면 반영됐다. 이제 SPA 브랜드도 하이패션 디자이너와 손잡고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누리는 보다, 확실한 팬덤을 가진 컬트 브랜드를 골라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사실 이제 소비자는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다.
2004년 H&M이 칼 라거펠트와의 협업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화제가 됐다. 저렴한 가격대에 하이패션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옷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자는 하이패션에 그 가격대가 맞는지 묻기 시작했고 이번 협업은 MZ세대를 타게팅한 자라의 고민이 그대로 담겼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컬트 브랜드로서도 SPA 브랜드와의 협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최고의 타이밍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더에러가 가진 브랜드의 힘은 이날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도 지속됐다. 이날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에는 2~3배 웃돈이 붙은 AZ 컬렉션 리셀 의류가 최소 50건 이상 게재됐다. 패션 커뮤니티에는 ‘자더에러’(자라+아더에러 합성어) 키워드가 눈에 띄게 증가해 이날 100여건 넘는 제품 리뷰글이 쏟아졌다.
한편 국내 브랜드가 자라와 컬렉션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업 제품은 스페인·미국·프랑스 등 10개국에도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전 세계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서비스 제페토에서도 아바타용으로 해당 컬렉션이 판매될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