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적은 데다 추석 수요 겹쳐
수도권은 도매시장서 확진자 나와 공급↓
대형마트는 산지거래 등으로 하향 안정세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전 대전 서구 괴정동 한민시장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고사리 한 근에 1만5000원이라고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무 신모(75)씨는 추석 명절을 준비하려고 모처럼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진열된 채소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자식들을 위해 상을 차리려고 고기와 생선, 나물 등을 사려고 나왔는데, 고기뿐 아니라 채소까지 값이 너무 많이 오른 탓이다. 국내산 고사리는 한 근(400g)에 1만5000원이나 됐고, 숙주나물은 5000원에 팔아도 물량이 없어 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채소를 안 사고 나올 수는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고기만큼 비싼 고사리를 두 근만 사서 나왔다.
추석 명절을 전후로 채소 가격이 또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명절 차례상에 오르던 고사리, 숙주, 시금치 등 나물에서부터 상추, 깻잎 등 쌈채소까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 추석 이후 미처 소진되지 못한 물량 때문에 채소 가격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반짝 기대감도 사라졌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쪽파(상품/1㎏)의 소매 가격은 8897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8611원)보다 3.3% 오른 수준이지만, 평년(6100원)에 비해선 45.9%나 높은 수준이다. 전이나 잡채 등에 자주 쓰는 깻잎과 애호박, 시금치 등도 예년보다 각각 48.3%, 10.9%, 8.26% 더 비쌌다. 이미 가격 상승을 경험한 적상추도 100g당 2298원에 판매돼 한 달 전(1602원)보다도 비싸고, 평년 가격(1424원)보다도 높아 당분간 ‘금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이 지나면 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무색해지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파는 채소 가격도 높지만, 수일 후 판매될 도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연휴 직전인 지난 18일 가락시장 시금치(상)의 도매가는 500g 한 단 기준 평균 5579원으로, 전일대비 51.1%(2853원)나 올랐다. 전날인 지난 17일 반짝 가격이 낮아졌던 시금치 가격이 다시 튀어오른 것이다. 이는 전년 동월(2697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다. 적상추(보통) 가격은 4㎏ 기준 6만9663원으로 전일대비 6309원, 전년 동월 2만6299원에서 약 2.6배나 급등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23일에도 강서 농수산물 도매시장 시금치(보통) 가격은 4㎏ 기준 2만1000원으로, 일주일 전 평균 1만9800원에서 올랐다. 풋고추(보통) 10㎏ 한 상자 가격도 3만6380원으로 일주일 전 1만990원 하던 것에 비해 181% 이상 늘었다. 상추(보통)도 이날 기준 4㎏ 한 상자에 4만8243원으로 4만원대 선을 유지 중이며 전년동월 평균 대비 200%나 증가했다.
서울 가락시장에 추석 선물세트가 쌓여있다. [연합] |
이처럼 채소 가격이 여전히 높은 것은 추석으로 인한 높은 수요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이유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달부터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의 부족으로 엽채류를 중심으로 채소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생육 기간이 짧아 가격 회복력이 빠른 채소의 특성상 이번 달에는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만 이른 추석 명절로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서울·수도권은 이 지역의 채소를 공급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확진자가 340명대가량 속출하면서 일부 상인이 채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형마트의 경우 채소 물량을 미리 대규모로 계약을 하는 데다 재래시장만큼 제품 가격에 현지 시세를 민감하게 반영하지 않은 만큼 상추, 깻잎 등 엽채류를 제외한 채소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생육 기간이 짧은 채소의 특성상 가격 회복력이 빠른데, 채소 출하량이 적은 시기와 명절이 겹치면서 가격 안정화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