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어 임명 강행할 수도
임명 시 시의회와의 갈등 촉발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서울시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지방자치부활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정책을 함께 수행해나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수장 임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의회가 사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놓은 데다 여당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시장 직권으로 김 후보자를 임명할 수는 있으나 자칫 시의회와의 갈등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28일 김현아 SH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의결했다. “공공주택 정책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폄하와 비판으로 일관해왔고 공사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도 미흡했다”는 게 위원회 측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를 포함해 부동산 4채를 가진 다주택자로서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소명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서울시와 시의회 간 협약에 따르면 시장은 청문회 결과에 상관없이 SH공사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오 시장의 뜻대로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3개월째 공석인 SH공사 사장 인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오 시장이 사장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임기가 3분의 1을 지난 지금은 장기전세주택 등 오세훈표 주택정책 추진을 본격화할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다만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오 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시의회와의 협치를 깨는 행보로 읽힐 수 있어 오 시장에게도 큰 부담이다. 오세훈표 사업, 특히 오 시장이 주창해온 ‘규제 완화를 통한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을 위해선 시의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용적률 완화와 정비지수제 폐지, 정비구역 지정 기준 완화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의 키를 모두 시의회가 쥐고 있어서다.
이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자칫 시의회와의 불협화음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위원회는 전날 인사청문 결과를 발표하며 “사장 임명은 서울시장의 권한이지만 부적합한 사장 임명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도 시장에게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서울시도 시의회도 상호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마찰음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말 열린 오 시장의 첫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원들의 날 선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의회는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규제 완화를 앞세운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개발이익 환수, 공공성 담보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당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맹공을 펼쳤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SH공사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곳인데 과연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고 김영배 최고위원도 “이번 지명은 오 시장의 주거복지 정책 포기 선언”이라고 일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명 여부가 청문 결과에 귀속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시의회에서 경과보고서를 송달받는 대로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SH공사 측은 개별부서 차원에서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사장을 맞이할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