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갱신 계약과 신규계약 격차 큰데…“4년후엔 어쩌나?”
정부, “집값 하락 위험”에 전문가들 하반기 집값 상승 한목소리
실거래가 띄우기가 집값 상승 원인?…“일부 범죄 행위로 집값 안움직인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쏟아낸 말은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
주택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이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효과를 보고 있다거나 ‘실거래가 띄우기’가 심각하다며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을 부정한 투기세력에 돌리는 듯한 발언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임대차 3법의 도입으로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3법 시행 전 임대차 갱신율이 1년 평균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됐다. 이에따라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은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 홍 부총리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갱신율의 상승만으로는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 됐다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시세 차이가 너무 벌어지는 현상이 심화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갱신계약 시세와 신규 계약 시세가 차이가 수억원씩 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것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전세 안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 말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급등해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지난달부터 0.20%대로 오름폭을 키우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뛰었다.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대차보호법으로 갱신계약이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또 재계약시 임대료 상승률이 법으로 묶이면서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할 때 전셋값을 큰 폭으로 올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에 계약갱신권 쓴 사람도 내년 7월부터는 만기가 도래한다”면서 “주변시세와 같은 전세가격으로 추가 부담이 늘어나게 돼 사실상 2년간의 행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집값 추세와 전망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와 시장의 인식이 크게 다르다.
홍 부총리는 아파트 매매가격과 관련해선 “서울·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은 주택 가격에 1~2개월 선행하는 수급동향 지표에서 2주 연속으로 초과 수요가 소폭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 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향후 부동산 분야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지적됐다”며 주택 가격 하락 위험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정부의 인식과 달리 집값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가 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에도 강남 3구 등 서울 집값 상승세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거래가 줄어도 호가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지에서도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실거래가 띄우기’(신고가 거래 계약 체결 후 취소)를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정부 시각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의 책임을 투기 세력에 의한 아파트 시세 조작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특히 ‘고가 거래 후 취소’ 행위를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허위 거래신고 등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는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실제 사례들을 최초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세를 높이기 위해 최고가로 신고했다가 취소한 거래 사례를 최초 적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중개업자들은 일부 실거래가 뛰우기 사례를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서울 강남구 한 중개업자는 “거래가 성사돼야 수수료를 받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시세를 띄우려고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선 계약 과정 중 매도인이 시세 차익을 더 얻기 위해 계약금을 배상하고, 거래가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무조건 집값 띄우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로 몰고갈 필요가 있느냐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는 시세가 있고 가격대가 너무 비싸고 취득세도 어마어마해 자전거래가 쉽지 않다”며 “일부 아파트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가지고 아파트 가격 폭등과 연관시키는 건 무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시세조종은 잘 아는 사람끼리 밖에 할 수 없다”면서 “모르는 사람과 말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mss@heraldcorp.com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