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엔 10곳 수준…5년새 36배 이상 늘어
중저가 아파트 많은 노원·금천·관악·구로 등도
대장주 아파트 59㎡는 이미 10억원 훌쩍 넘겨
도봉·강북도 9억원대…매도호가는 10억원 찍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에서 10억원이 넘는 전용면적 59㎡(옛 24평형) 아파트가 늘고 있다. 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앞으로 강남에서 나올 새 아파트에는 ‘전용 59㎡ 가격=10억원’이란 공식이 통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 2016년 4월 10일자 24면에 실린 기사의 첫 문단이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서 전용 66㎡ 미만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실거래가격이 10억원이 넘은 단지는 10곳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삼성동·개포동, 서초구 반포동·잠원동·서초동에 있는 아파트였고 그 밖에는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이 유일했다. ‘전용 59㎡ 10억원’은 강남에서도 값비싼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얘기였다.
그러나 5년이 흐른 2021년 7월, ‘전용 59㎡ 10억원’은 서울 전역의 얘기가 됐다. 전체 25개구 가운데 도봉·강북구를 제외한 23곳에서 구내 최고가 전용 59㎡ 아파트가 10억원을 넘어섰다. 도봉구와 강북구의 대장주 아파트도 9억원대에 거래되며 10억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용 59㎡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10억원을 넘은 단지는 총 366곳으로 확인됐다. 5년 전 면적 범위를 넓혀 집계한 결과(10곳)와 단순 비교해도 36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들 아파트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주로 많았지만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금천구, 관악구, 구로구 등을 포함해 23개구에 골고루 포진돼 있었다.
비강남권 주요 구별 전용 59㎡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97㎡가 지난 9일 10억2500만원에 손바뀜되며 구에서는 두 번째로 59㎡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59.94㎡가 지난 4월 10억원에 거래되며 금천구에서는 처음으로 실거래가 10억원대를 기록한 바 있다.
노원구에서는 지난달 7일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59.99㎡가 10억3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쓰며 구내 첫 ‘전용 59㎡ 10억원’ 돌파 아파트가 됐다.
이 밖에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전용 59.16㎡는 지난 4월 11억8000만원에,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59.9㎡는 지난 2월 12억원에 각각 신고가로 거래되며 10억원 이상의 가격대 형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도봉구와 강북구에는 실거래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59㎡ 아파트가 없었다. 도봉구의 전용 59㎡ 기준 최고가 아파트는 창동 주공19단지로 지난 4월 9억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강북구에서는 미아동 송천센트레빌이 지난 2월 9억2800만원에 거래된 게 최고가다. 다만 최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고 있는 데다 현재 주공19단지는 9억3500만~9억5000만원, 송천센트레빌은 10억원에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나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4954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7억8880만원)보다 6000만원 이상 올랐다. 현 추세대로 아파트값이 오른다면 연내에는 흔히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삼는 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아파트는 전용 40㎡ 이상 62.8㎡ 미만으로 옛 15~26평을 말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난해부터 집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현재로서는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 별로 없다”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매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인 공급부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내년 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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