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사용료 성격 임대차 신고선 제외
인터넷·가전·가구 사용료 등 꼼수증액 나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 원룸에서 보증부 월세로 거주 중인 A씨. 그는 최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월세 5% 인상과 함께 관리비를 2배 올리는 조건으로 재계약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임대차3법에 따라 전월세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되자, 관리비라도 더 받아야 손해를 안 본다는 게 집주인의 주장이다.
A씨는 “사실상 주거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부담이 된다”면서 “하지만, 당장 이사할 집이 마땅치 않고 향후 재계약도 고려하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의 모습. [연합] |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에 이어 올해 6월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임대차3법이 완성됐지만 시장 곳곳에서는 꼼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임대료 상한에 제한이 생긴 집주인이 월세와 별도인 관리비를 올려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입자들의 부담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 거주 중인 B씨도 지난달 재계약 과정에서 관리비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집주인은 B씨에게 기존 월세 30만원, 관리비 5만원을 각각 29만원, 15만원으로 조정하자고 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지난달 시행된 전월세신고제의 신고 기준인 ‘월세 30만원 초과’를 확실히 피해가면서도 사실상 월세를 올려받을 수 있는 방안이다.
현 제도상 월세 30만원 이하로 갱신한 계약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B씨의 집주인의 경우 월세를 1만원 낮춰주고 관리비를 3배 더 받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해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집주인들은 신고 정보가 과세용으로 활용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B씨는 “월세를 대폭 올린 것이나 다름없는데 집주인이 전월세신고를 피해갈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몇 년 후에는 관리비가 월세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개업계에서는 신고 기준에 맞춰 월세 등을 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 이어진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집주인은 임대료 규제가 이어지니 이제는 관리비 말고 주차비도 따로 받아야겠다는 말도 했다”면서 “인터넷이나 가전·가구 사용료까지 추가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몇 년간 월세 인상 없이 재계약을 받아주던 집주인들도 많았는데, 임대차3법이 나온 이후에는 뭐 하나라도 손해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다”면서 “딱히 옮겨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관리비 인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설명자료에서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체결한 주택임대차에 대한 주요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라면서 “관리비는 전기·수도 사용료, 공용시설 유지관리 비용 등 임대 개시 이후에 발생·부과되는 사용료의 성격이라 임대차 신고항목이 아니다”라고 했다. 부당하거나 과다한 관리비 요구 등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법률적 조력이 가능하다는 설명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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