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월 경기 평택시 갭투자 731건
경기 시흥·경북 구미·충남 아산 500건 넘어
아파트값 상승률도 전국 평균 크게 상회
“묻지마식 투자도 유의해야”
서울 노원구, 도봉구 등 서울 동북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경기도에 사는 30대 A씨는 최근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에 있는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 한 채를 샀다. 매매가는 1억7000만원이지만 보증금 1억6000만원의 전세 세입자가 있어 A씨가 실제로 낸 금액은 1000만원이었다. A씨는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1억원도 채 되지 않아 취득세가 적고 매도시점만 조율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몇 년간 보유하고 되팔아 시세차익을 내겠다는 게 A씨의 계획이다.
전국 곳곳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정부가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취득세와 양도세를 중과하는 등의 정책을 내놨으나 투자자들은 ‘빈틈’을 찾은 모양새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입주 가능한 매물을 사들여 새로 전세를 놓은 뒤 가격이 오르면 집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주공1단지는 올해 1~6월 183건의 손바뀜이 있었다. 이 가운데 23.0%인 42건은 매매 후 바로 임대차를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5건 중 1건꼴로 갭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매매 후 새로 전월세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전세를 끼고 매매한 사례까지 더하면 갭투자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거래는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개신주공1단지 전용면적 49㎡는 지난 4월 13일 1억5600만원에 매매됐는데 한 달 뒤인 5월 12일 1억6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새 집주인이 오히려 돈을 받고 아파트를 산 셈이다.
이 아파트의 전용 59㎡ 기준 매매가는 1억6500만~1억7500만원, 전세가는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90%에 달한다. 올해 공시가격은 최고 9570만원 선이다.
이러한 갭투자 경향은 1억원대의 저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부 자료를 기반으로 갭투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전국에서 가장 갭투자가 많았던 곳은 경기 평택시였다. 전체 매매거래 7667건 가운데 731건이 매매 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10건 중 1건은 갭투자였던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 시흥시도 606건의 갭투자가 체결됐으며 ▷경북 구미시 572건 ▷충남 아산시 500건 ▷경남 김해시 471건 ▷인천 계양구 438건 ▷충북 청주시 성원구 43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실거래가 신고 내역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전세를 낀 매매까지 포함하면 전체 갭투자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186개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시흥시로 상승률이 4.15%에 달했다. 인천 계양구와 경기 평택시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2.00%, 1.9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경북 구미시의 상승률도 1.53% 수준이었다. 지난 5월 전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0.98%였다.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미적용 대상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는 올해부터 취득세 중과를 적용받는다. 취득세율은 조정대상지역 기준 2주택자가 8%, 3주택 이상이 12%다. 기존 취득세가 1~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여부와 관계없이 취득세 1.1%만 부담하면 된다.
양도세 중과 조치도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를 제외한 조정지역의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주택을 먼저 팔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저금리 기조와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갭투자와 같은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투기적 갭투자는 자칫 막차를 탈 경우 커다란 낭패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