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실거주 사유로 퇴거 요청 불가…기존 세입자 갱신권이 우선
법인이 세입자인 경우도 계약갱신청구권 못 써
세입자의 권리보호를 강조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 퇴거 통보는 강력했다. 하지만 법인 소유의 주택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법인 소유의 주택에 살던 일반 세입자는 법인 임직원의 실거주 통보에 영향받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북부지법 민사8단독 반정모 판사는 주택 소유자(법인 대표) A씨가 계약만료를 사유로 세입자 B씨에게 제기한 명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B씨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더 앞선다고 본 것이다.
주택 소유자인 법인의 대표자 A씨는 세입자 B씨에게 계약만료 약 4개월 전 주택을 법인의 사무실 및 임직원의 기숙사로 사용하기 위해 실거주(실사용)를 목적으로 한 계약갱신거절 의사를 전달했다. 반면 B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반 판사는 “해당 주택을 법인이 사택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그 주택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것은 임대인인 법인이 아니라 그 법인의 임직원”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의 실거주는 임대인 자신이나 그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이 목적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규정하지, 법인인 임대인의 임직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 판사는 또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 자연인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이고, 법무부·국토교통부에서 발간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도 ‘법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실거주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법인이 임대인인 경우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 임대인 소유의 집에 살던 법인 세입자에게는 주택입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인 세입자는 2년의 계약이 끝나고 2년 더 살겠다고 갱신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거절하면 퇴거해야 한다.
법인은 주민등록을 자신의 명의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원 명의의 주민등록으로 대항력(이미 발생하고 있는 법률관계를 제3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을 갖춰도 이를 법인의 주민등록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법인이 세입자로 들어와있는 ‘세 낀 집’의 매매는 일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세 낀 집 매물보다 거래가 수월한 편이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학교법인이 외국인교사의 사택으로 쓰려고 임차계약을 맺어둔 집을 최근에 매도했다”면서 “전세만기가 5개월 남은 상태였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못 쓰는 집이라서 집주인이 제 값을 받고 새 매수자에게 팔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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