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부촌 한남동서도 빌딩 거래 잦아
성수동·홍대 등 핵심 상권 인근 투자도
‘부동산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스타들이 사들인 빌딩을 보라’고 했다. 빌딩시장의 ‘큰손’ 스타들은 어디에 투자했을까.
25일 헤럴드경제가 빌딩전문 중개법인 빌딩로드에 의뢰해 연예인·스포츠스타 132인이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빌딩 173동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이나 한남동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10억원대 ‘꼬마 빌딩’부터 100억원대가 넘는 대형 빌딩까지 규모는 다양했지만 핵심 지역의 우량 물건을 골라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상당 수준의 매매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낡은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어 비싸게 되팔기도 했고 ‘누가 샀다더라’ 소문으로 특수를 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스타들의 빌딩 투자는 주로 청담동·논현동·신사동·삼성동 등 서울 강남 지역에 몰려 있다. 모두 땅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비싸지만 더 비싸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다. 투자를 원하는 이가 많아 환금성도 높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억~50억원대 꼬마 빌딩이 많았지만 최근 가격이 크게 올라 투자금 규모도 커졌다는 전언이다.
배우 전지현은 14년간 보유했던 논현동 건물을 최근 매각했다. 7호선 학동역 인근 이면 도로에 있는 빌딩을 지난 2007년 86억원에 사들였는데 2011년 한 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임대하다가 최근 230억원에 팔았다.
가수 비도 326억5000만원이라는 역대급 매각차익을 거뒀다. 2008년 168억5000만원을 주고 청담동 건물을 매입한 그는 지난 2019년 새 건물을 올렸고 신축 2년여 만인 올 초 495억원에 팔았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가수 겸 배우 유리는 지난해 논현동의 한 건물을 128억원에 매입했다. 한 게임회사에 임대 중인 건물로, 매입가의 84%인 105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박서준도 같은 해 110억원짜리 신사동 건물을 사들이며 건물주가 됐다. 경매로 낙찰된 집합건물을 통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함께 일하는 스태프에게 임대하고 있다. 현 시세는 150억원대다.
고급 상권이 형성돼 있는 한남동도 스타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과거 상권은 조용한 편이었지만 이른바 ‘꼼데가르송길’ 인근으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들어오면서 신(新)명품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문화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고급 주거지가 몰려 있는 만큼 소비력 있는 배후 가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배우 한효주는 지난 2017년 매입한 55억5000만원에 매입한 한남동 건물을 지난해 말 80억원에 팔았다. 취득 당시 3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20억원 투자로 24억원이 넘는 매각차익을 얻은 셈이다.
배우 이종석도 지난해 3년간 보유한 한남동 건물을 35억9000만원에 팔았다. 매각금액 30억원에 리모델링비용 등을 고려하면 큰 매각차익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 건물을 사들인 스타도 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지난 2019년 공동 명의로 58억2000만원에 건물 한 채를 사들였고 배우 송혜교도 올해 195억원짜리 신축 건물을 매입했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은 이제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다. 텅 빈 낡은 공장에 특색 있는 가게가 들어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재개발로 고급 주거지가 들어선 영향도 컸다. 초기 투자비용이 낮은 편이었지만 가격이 급등하면서 덩치가 커졌고 강남 다음가는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스타들의 발 빠른 투자 소식은 가격 상승 요인이 되기도 했다.
스타들의 빌딩 투자 지도. |
배우 이정현은 지난 2018년 3월 43억6000만원에 사들인 성수동1가 건물을 3년 만인 올해 5월 70억원에 팔았다. 2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시영도 4년간 보유한 성수동1가의 한 상가주택을 지난해 초 43억원에 팔았다. 2016년 매입가는 22억2500만원으로, 시세차익은 20억원이 넘는다. 이 건물은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의 아내가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 지코(블락비)는 2018년 성수동 블루보틀 인근의 한 건물을 48억원에 사들이며 배우 김민준과 이웃 건물주가 됐다.
김민준은 2015년 13억5000만원에 매입한 건물을 현재 보유 중이다. 배우 하지원은 지난해 100억원짜리 성수동2가의 건물을 매입했다. 2018년 준공된 신축 건물로, 현재 소속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급속히 성장한 골목상권의 시작점은 단연 홍익대 인근 지역이다.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주목받았고 연남동·연희동·합정동 등 작은 동네가 모여 큰 상권을 형성했다. 꼬마 빌딩이 여전히 많아 초보 투자자의 첫 투자지로 선택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가 자리하고 있어 소속 연예인의 투자가 활발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가수 소유(씨스타)는 지난 2016년 15억7000만원에 사들인 연남동의 한 건물을 올해 32억원에 매각했다. 5년 만에 가격이 두 배 오르면서 16억원이 넘는 매각차익을 거뒀다.
이에 앞서 배우 손예진은 3년간 보유한 서교동 빌딩을 135억원에 팔았다. 매각차익은 41억5000만원이다. 서교동을 떠난 손예진은 지난해 신사동에서 160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 인근에는 YG 소속 연예인이 보유한 빌딩이 많았다. 가수 이찬혁(악동뮤지션)은 지난해 서교동의 한 건물을 47억5000만원에 사들였고 가수 김동혁(아이콘)도 2019년 19억3000만원짜리 서교동 빌딩을 매입하며 건물주가 됐다.
이 밖에도 스타들은 서울권 주요 입지에서 빌딩을 사고판 것으로 파악됐다. 빌딩부자인 배우 하정우는 송파·강서구 등에서 스타벅스 입점 건물에 투자했는데 최근 화곡동 건물을 119억원에 매각하며 약 46억원의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은 지난 2000년 서초동의 한 건물을 28억원에 경매로 사들였으며 2015년에는 흑석동에서 58억원짜리 건물을, 2019년에는 서교동에서 140억원짜리 건물을 각각 매입했다. 빌딩 세 채의 현재 시세는 500억원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는 “스타들도 핵심 지역의 우량 물건에 주목했으며 자신의 거주지나 소속사 인근에서 투자하는 경향도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