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서울 및 전국 중위주택 가격 상승률 절반 수준 안정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서울은 물론, 인천과 경기도, 세종, 충남까지 ‘몇십 대 일’이 기본이 된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연이어 미달이 발생했다. 대구의 이야기다.
아파트 및 주택 가격도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지난 4년 간 12만 가구에 달하는 새 아파트가 쏟아진 대구의 모습은 ‘집값 안정’에는 ‘공급’만한 특효약이 없다는 진리를 보여줬다.
대구 신천대로 동신교진출램프와 청구네거리 사이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헤럴드경제DB] |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대구지역 민간분양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5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9대 1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숫자다. 당첨가점 커트라인 평균도 23점으로, 지난해 31점 또 2019년 39점에서 뚝 떨어졌다. 사고 싶은 사람은 자금 여력만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몇몇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897호로, 3월 153호 대비 486.3%나 급증했다. 2019년 12월 1790호 이후 최대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대구에서만 11개 단지에서 무순위 청약을 접수 받았다. 1, 2순위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분양 자체에 실패한 물량이다. ‘수성범물 일성 트루엘레전드’는 지난 4월 전체 158가구 중 28가구가, ‘대구역 SD아이프라임’은 80가구 중 76가구가 무순위 청약에 나서야만 했다. 700세대 규모의 대구 모 아파트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52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을 정도다.
이 같은 대구의 모습은 지속적은 ‘신규 공급’과 관련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시에서 올해 분양될 아파트는 3만777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3만5253가구, 2019년 2만9100여 가구 등 최근 4년동안 약 12만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에 나섰다. 대구 전체 주택 수가 약 100만 호임을 감안하면, 최근 4년 동안 10%가 넘는 주택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 셈이다.
대구의 화끈한 새 아파트 공급은 가격 안정으로 이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 1개월간 대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2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중위 아파트 상승률 64.6%, 전국 중위 아파트 상승률 58.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지금도 한국부동산원 기준 대구의 6월 첫째 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7%로 전주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조현욱 현대건설 분양마케팅실 실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헤럴드 부동산포럼에서 “대구의 예는 공급 과잉 뿐 아니라 분양가가 20%가량 오르면서 주택 구매를 주저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공급이 고분양가 현상을 해소하고, 시장 가격 안정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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