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양도세 장기보유 감면폭 절반 축소
집값 급등에 종부세 직·간접 영향 100만명 수준까지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상위 1%를 대상으로 하던 세금이 어느 새 4%까지 범위가 늘어났다. 직접 부과 대상자만 지난해 기준 29만명이다. 여기에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2.5명 정도고, 또 중·고가 아파트 소유자들 상당수가 분가한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0만 국민 중 100만명 이상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숫자는 올해 더욱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의 나비효과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제는 이들 아파트 한 채 만으로도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연합] |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주택 가격과 의도적인 공시가격 상승 정책이 맞물려 ‘종합부동산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변모하고 있다.
증세는 조세저항을 불러온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를 당한 원인 중 하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위 2%’로 종부세 조정안을 만들고 집권 핵심 세력들의 반대를 정면돌파하는 이유다.
종부세는 당초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됐다. 종부세가 도입되던 해 공시가격 상위 1% 수준은 9억4000만원이였다. 강남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2채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이였다.
하지만 최근 상위 1% 주택의 공시가격은 23억5000만원으로 점프했다. 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나 세율은 그대로다. 이제는 강남 뿐 아니라 서울 아파트의 25%가 졸지에 ‘종부세 대상 고가 아파트’가 됐다.
송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로 1주택 실소유자까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됐다.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적 조세 저항을 해결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개혁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 조차 순탄하지 않다.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상당수 의원들이 송 대표의 종부세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친문 성향 의원들 일부는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문서화해 전달했을 정도다. 그 숫자만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반대하는 의원들이 더 많은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종부세 부과대상 축소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신 납부유예제도 도입이나 한 해 늘어나는 종부세 금액 한도를 정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안이 대안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던 올해 하반기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납부해야 할 ‘1가구 1주택 종부세 납부자’들은 그 숫자도, 금액도 모두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1가구 1주택자’들은 양도세로 더 큰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되,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키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1가구 1주택자에는 양도세가 최대 80%(보유 40%·거주 40%)까지 공제되지만, 거주 부분 공제율은 그대로 두고 보유 부분의 공제율을 양도차익 5억원부터 차등 적용키로 했다. 10년 이상 보유·거주 주택을 기준으로 양도 차익이 ▷5억 원 미만 40% ▷10억 원 미만 30% ▷20억 원 미만 20% ▷20억 원 이상이면 10%의 특별공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청와대 주류 세력이 아직 ‘부자 증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온 현상으로 해석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세수 확대, 이를 위한 ‘부자 대상 증세’라는 ‘소득 주도 성장’의 논리에 아직도 함몰됐다는 말이다.
종부세 경감을 위해 시작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당 내 저항에 오히려 ‘1주택자 세금 가중법’이 되고 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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