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익숙한 세대, 프롭테크 서비스 적극 활용
재테크로서 부동산 눈높이 높아
공유·가치·커뮤니티 중시하는 MZ세대 위한 특화 상품도 등장
서울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결혼 3년 차인 30대 A씨 부부는 올해 초 경기 모처에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심 지역에 좋은 매물이 나오면 임장(현장답사)을 다니고 아파트 분양공고가 나올 때마다 입지와 평면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지금 집을 팔고 갈아탈 생각이다.
#. 20대 신입사원 B씨는 매일 출근길 부동산 앱(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시세를 살핀다. 당장 집을 살 여력은 안 되지만 부동산 보는 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몇 천만원이라도 종잣돈을 모으는 대로 지방의 작은 아파트부터 투자를 시작해 덩치를 키워가겠다는 게 B씨의 계획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이른바 ‘아파트 키즈’가 시장에 적극 진입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고 디지털과 친숙한 이들을 위해 엄지손가락 하나로 시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각종 프롭테크(proptech)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을 재테크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상품 경쟁력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공유·가치·커뮤니티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위한 특화 상품이 속속 개발되는 한편 부동산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MZ세대를 잡기 위해 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채널과 빅데이터 분석, VR(가상현실) 등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서비스를 통칭한다.
대우건설이 스튜디오형 구조를 선호하는 2030세대의 니즈를 반영해 내놓은 ‘전면개방 LDK(리빙 다이닝 키친)’ 투시도. [대우건설 제공] |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갤러리 창’ 주거상품.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
일단 건설업체들은 MZ세대를 겨냥한 특화평면 개발에 힘쓰고 있다. 1~3인 가구를 위한 소형 아파트 비중을 늘리되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좁지 않아보이게 했다. 스튜디오형 구조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거실·주방을 개방형으로 만드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은 다양화했다. 아예 공간 공유를 전면에 내세운 코리빙하우스를 내놓기도 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MZ세대는 첫 주택 구입이라는 생애주기에 직면해 있다”며 “개발업체로서도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 세대가 선호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특화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서비스 앱을 개발·강화하며 디지털화에 힘쓰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으로 읽힌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제공하는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 실행 화면. [직방 제공] |
프롭테크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 매물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실거래가 정보, 사용자 검색 동향, 리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흐름을 읽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3D(차원)·VR 기술을 활용해 매물을 확인하는 서비스에 전자계약시스템까지 속속 도입되면서 그야말로 어디서든 모바일로 부동산을 계약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 관계자는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MZ세대 부동산 이용자의 수요를 반영해 IT(정보기술)를 서비스에 적극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부동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MZ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카사코리아와 하나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에선 빌딩 지분을 사고팔 수 있다. 적게는 5000원으로도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