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부동산 시장 타격 받아
매물 늘고 호가 하락…실거래가도 주춤
“당분간 가격 조정 불가피”
김포·인천 검단 등 주민들 반발
경기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노선이 김포~부천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경기 김포시 아파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GTX-D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던 김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름폭이 크게 줄었고 시장엔 매물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매도호가가 떨어지면서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도 이뤄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는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김포시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보다 0.12% 상승했다. 이는 경기 지역의 변동률(0.43%)은 물론 전국 평균(0.32%)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김포의 아파트값이 그간 수도권에서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사뭇 다른 흐름이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김포의 사정은 달랐다. 김포의 아파트값은 주간 기준 1월 첫째주 0.67%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0.6% 안팎을 오르내리다 2월 4주차에 0.79%까지 뛰었고 3월 하순까지 0.6~0.7% 선을 유지했다. 경기 평균보다는 대체로 높고 전국 평균과는 최고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3월 마지막주 전국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고 4월 둘째주에는 0.16%로 내려왔다. 셋째주 0.36%로 상승률을 잠시 회복했으나 한 주 만에 다시 0.1%대로 떨어졌다.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이 주춤하기 시작한 건 GTX-D 노선이 김포~부천 구간만 연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다. 소문이 기정사실화되면서 3월 마지막주 상승률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지난달 22일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GTX-D 노선 계획(안) 등이 담긴 국가철도망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했고 국토교통부는 같은 달 29일 이를 바탕으로 광역교통 시행계획안을 발표했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건의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경기도는 김포와 강남, 하남을 잇는 노선을, 인천시는 인천과 김포를 양 기점으로 하는 Y자 노선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현 계획대로라면 김포에서 강남 방면으로 가려면 광역급행철도를 타고 부천까지 와서 서울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김포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2월 2주는 설연휴로 미조사. [자료=KB국민은행 리브온] |
서울 강남권 직결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은 타격을 받았다. 매물은 늘었고 호가는 조정받는 분위기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김포시 아파트 매물은 5290건이다. 열흘 전(5110건)보다 180건 늘었고 올해 초(4254건)과 비교하면 24.4% 늘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김포시의 대장 아파트로 손꼽히는 풍무동 ‘김포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8㎡ 매물은 현재 7억6500만원 선에서 호가가 불린다. 지난 2월 8억원에 실거래 신고된 것과 비교하면 5000만원 가량 내린 셈이다. 인근 ‘풍무푸르지오’ 전용 84.93㎡도 3월 실거래가격(7억6900만원)보다 4000만원 가량 낮은 7억3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실거래가격도 소폭 내렸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장기동 ‘초당마을 중흥에스클래스리버티’ 전용 69.91㎡는 GTX-D 노선 계획(안) 발표 직후인 4월 25일 4억5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두 달 전인 2월(5억800만원)보다 5300만원 낮은 가격이다. 147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는 현재 60건의 매물이 나와 있다.
풍무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조정지역 지정 이후 매물이 꾸준히 늘었는데 GTX-D 노선 무산으로 매물이 쌓이는 수준”이라며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대와 달리 GTX-D 노선이 축소되면서 김포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주춤할 것”이라면서도 “급행철도 개설로 전체적으로는 교통환경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GTX-D 강남 직결 요청 및 서부권 교통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등 김포 인근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
한편 GTX-D 노선이 김포~부천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 김포를 비롯한 경기 서부권과 인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으로 구성된 한강신도시 총연합회와 검단신도시스마트시티총연합회 등은 지난달 28일 국토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30일에는 국회 앞에서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발표된 GTX-D 노선은 먹다 버린 사과 쪼가리 같은 노선으로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재정 낭비 사례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한강·검단 신도시 주민은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맞는 직결노선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