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피로·보유세 부담 등 관망세 확대
재건축 단지 중심 집값 오름세는 이어져
추세 전환 여부는 지켜봐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시장이 4월 들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최근 집값 급등 피로감, 2·4 공급대책 등으로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매수심리도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101.0)보다 4.9포인트 내린 96.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00.2를 기록한 뒤 18주 연속 100을 웃돌았지만 약 4개월 만에 그 기세가 꺾인 것이다.
이 지수는 공급·수요 상황을 0~200으로 나타낸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작을수록 살 사람(매수자)보다 팔 사람(매도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아파트값이 급등한다는 기대가 있으면 매수 수요가 늘면서 매도자가 힘을 얻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다.
이는 최근 매매 가격이 꾸준히 올라 집값 급등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 시중금리 인상, 2·4대책 구체화 등이 맞물린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아파트값에도 반영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 0.05% 올라 전주와 같은 변동률을 나타냈다. 주간상승률은 지난 2월 첫째 주 0.10%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은 뒤 9주간 서서히 오름폭을 줄였다.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
다만 추세 전환 인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사업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지역이 꿈틀대는 가운데 사업 진척에 따라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 재건축단지가 몰린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매수급지수는 전주(102.2)보다 3.3포인트 감소한 98.9를 기록했는데, 타 지역보다는 변동이 크지 않았다. 서남권(103.0→95.9), 서북권(97.8→91.7), 도심권(103.4→98.0), 동북권(98.8→95.3)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아파트값도 송파구(0.10%), 노원구(0.09%), 강남·서초구(0.08%), 양천·동작구(0.07%) 등 재건축단지가 많은 지역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이 쏟아지면서 수요자 사이에서는 일단 기다려보자는 움직임도 감지됐다”면서 “시장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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