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거나, 공공개발 거부감 큰 곳 상당수
개발 방식과 주거·상업 공간 갈등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정부와 서울시의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에서 굵직한 곳 상당수가 탈락했다. 용적률과 고도제한 완화로도 사업성에 답이 안나오거나, 주민들의 공공재개발에 대한 불신이 컸던 곳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번동148, 하왕십리, 아현1, 대흥5, 용두3, 신길밤동산, 신길16, 도림동26-21 등 선정이 보류된 8곳에 대해 “용적률·높이제한 완화만으로는 사업성 개선에 한계가 있어 실현가능성이 부족했다”며 “또 사업방식에 대한 주민 이견 등이 있어, 재검토 후 차기 심의회에서 선정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린 대흥5구역 모습 [헤럴드경제DB] |
대흥5구역은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주변에 신촌 그랑자이, 마포프레스티지 같은 신축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고, 맞은편에는 재개발이 한창인, 사업성이 높게 평가되는 요지 중 하나지만 마을 이곳저곳에는 ‘공공재개발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가득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LH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얻는 이득이라고는 추진이 빠르다는 것 뿐인데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민간 건설사와 진행하는 게 나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민 100여명은 최근 공공재개발 신청을 철회해달라는 민원을 마포구청에 접수하기도 했다.
한남1, 성북4, 고덕2-1, 고덕 2-2 등 4곳은 심지어 심사 자체에서 탈락이 확정됐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또는 사업성 자체가 문제된 곳들이다.
한남1구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 동의서 확보가 73%까지 이뤄졌다고 추진위측은 주장했지만, 지나친 지분 쪼개기 등으로 정부와 서울시조차 사업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마치 LH사태 시발점이 된 광명 신도시 예정 토지처럼 땅이 여러 사람 명의로 쪼개지고, 이 자리에 빌라 신축까지 이뤄지며 전체적인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또 상가 건물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이 곳은 과거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갈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월세 수입을 노리는 건물주, 그리고 오랜 기간 장사를 해온 주민들에게 생계 수단을 새 아파트 한 채와 맞바꾸는 것은 찬성표를 얻기 힘든 구조다. 이번 추진 과정에서 주거지역 중심으로 구역을 다시 나누는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태원과 인접해 상권이 활성화된 곳에서는 반대가 심했고, 또 주택 지역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었다”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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