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팔고 강남에 1채 남긴 사례 다수
지난해 정부 “매각하라” 강력 메시지 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고위 공직자 대다수가 ‘똘똘한 한 채’만 남기는 방식으로 다주택자 꼬리표를 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고위 공직자는 1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진 영향이다.
25일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다주택자였던 국토부 고위 공무원 7명은 모두 1주택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 중에는 다주택자가 한 명도 없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
대다수는 강남권에 아파트를 남기는 방식으로 1주택자가 됐다. 윤성원 1차관은 배우자와 공동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남논현’ 83.72㎡(이하 전용면적) 대신 지난해 세종 소담동 ‘새샘마을6단지’ 59.97㎡를 4억2300만원에 매도했다. 손명수 2차관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2-4차)’ 84.98㎡를 보유하고, 세종시 반곡동 ‘캐슬앤파밀리에디아트’ 84.45㎡를 5억7000만원에 처분했다. 재산 신고서에는 공시가격인 3억8700만원을 적었다가 뒤늦게 기재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과 황성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 역시 각각 강남·서초구 아파트를 보유하고 지난해 세종 아파트를 팔았다. 최기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 144.77㎡를 두고,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선경리빙프라자’ 99.57㎡를 모친에게 1억7800만원에 넘겼다.
세종에 집을 남긴 공직자도 있다. 김이탁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은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12단지’ 84.99㎡를 보유하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 ‘현대’ 59.91㎡를 6억9000만원에 매각했다. 박무익 국토도시실장도 세종 나성동 주상복합 ‘세종SR파크센텀’(20.10㎡) 대신 충북 청주시 흥덕구 만수리 ‘오송마을휴먼시아2단지’ 84.90㎡를 2억8000만원에 팔았다.
국토부 고위 공직자가 잇달아 주택을 처분한 것은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각 부처는 지자체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토부에서는 국장급 상당수가 서울 또는 세종에 있는 주택·분양권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국토부 1급 이상은 전부 다주택 문제를 정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산하기관에서는 다주택자가 일부 포착된다. 정왕국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대전시 서구 둔산동 ‘샘머리아파트2단지’ 84.94㎡와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17단지’ 59.92㎡를 보유 중이다.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장도 세종에 아파트·오피스텔을 각각 1채씩 보유했다. 권태명 SR 사장은 부산시 동래구와 경북 안동에 단독주택 2채를 보유 중인데, 1채를 처남 명의로 상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변창흠 장관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129.73㎡) 공시가격은 재작년 5억9000만원에서 작년 6억5300만원으로 6300만원(10.7%)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인근 다른 주택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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