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구조조정 주문
3년 전 정리해고 복직 후
비용부담 확대→수익악화
“쌍용차 노사가 여전히 안이한 것 같다. 폭풍 속 침몰 직전 선박은 다 버리고 무게를 가볍게 해야 살 수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식량도 다 버리는 게 난파 직전 배의 마지막 해야하는 일이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간담회를 자처, 자구 노력 없는 쌍용차에 대한 지원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 회장의 이 같은 주문에 ‘의문의 1패’를 당한 곳이 있다. 청와대다. 쌍용차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이유 가운데는 청와대가 나선 정리해고자 복직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0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쌍용차를 매각하지만. 기술 유출과 먹튀 논란으로 2009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이 때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진다. 2013년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하면서 무급휴직 형태로 회사를 떠났던 454명이 복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방문 중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이례적으로 언급했고, 이해 노사는 전원복직에 합의한다.
지난해 쌍용차 매출은 2조9298억원으로 19% 넘게 줄었다. 매출원가 감소율은 채 15% 미만이다.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7.22%에서 2.39%로 뚝 떨어졌다. 2017년 14.8%였던 매출액이익률은 2018년 12.5%로 낮아지고, 복직자 인건비가 연간 전체로 잡힌 2019년에는 7.2%로 급락하고, 지난해에는 2.4%까지 추락한다. 반대로 2017년 16%이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매출액이 늘었던 2018년 잠시 14.2%로 낮아지지만 2019년 14.8%로 다시 높아지고, 지난해에는 17.6%까지 치솟는다. 2016년 ‘반짝 흑자’ 이후 다시 4년째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843억원 더 많은 완전 자본잠식이 이뤄졌다. 현재의 손익구조는 회사 운영이 곧 적자 누적인 셈이다.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참여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회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아주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산은 회장으로 보기 드물게 연임에 성공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을 현 정부 내 ‘실세’로 여긴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이 회장이 신임을 얻은 이유일 수도 있겠다.
경영 부진의 원인이 반드시 근로자에게만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 그래도 존속이 어려운 구조라면 바꿔야 한다. 산은의 지원으로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문 대통령이 이끌어낸 2018년 복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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